매일신문

대구시 화장장 11월부터 예약제 시범 실시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죽어서도 선착순' 없어지려나

추석 연휴를 앞둔 지난 21일 오전 7시쯤 대구시 수성구 고모동 113의 3 대구시 장묘운영센터(화장장). 이른 시각임에도 운구차 10여 대가 꼬리를 물고 서 있었다. 발인은 아침 일찍 해야한다는 장묘 문화에다 선착순으로 화장 순서가 정해지는 장묘센터의 운영 방식 탓에 운구차 기사들이 새벽 3시부터 대기하는 등 서두르기 때문. 현재 대구시 장묘운영센터가 보유하고 있는 화장로는 총 11기. 오전 7시 30분부터 업무를 시작하는 센터에 12번째 이후 도착하는 운구차는 9시 30분이나 돼서야 화장할 수 있다.

해가 갈수록 화장 인구가 늘고 있지만 좀처럼 바뀌지 않는 '새벽밥 발인' 관습 및 부족한 화장 시설 때문에 망자들은 죽어서도 '선착순'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에 대구 장묘센터가 화장예약제 도입을 적극 검토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서 '화장 전쟁'에 숨통이 트일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대구시 장묘센터는 오는 11월부터 화장예약제를 시범 실시한 뒤 효과가 좋을 경우 내년 1월부터 전면 시행에 들어가기로 했다. 이는 오랜 시간 기다려야 하는데 따른 고인에 대한 결례 및 유족들의 시간 낭비 등을 막기 위한 것. 이와 함께 화장로 교체 등 화장 시설을 현대화하고, 이용객들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한편 혐오시설로 인식돼 있는 화장장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없애기 위해 주변을 공원화하는 사업도 검토하고 있다. 김상열 대구시 장묘운영센터장은 "1986년 6월 화장로를 9기로 증설한 뒤 올 8월 다시 2기를 추가 설치하면서 예약제를 실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전예약제를 실시하더라도 사정이 크게 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이른 시간에 발인하는 유교적 관습이 사라지지 않는 한 화장예약제를 도입하더라도 화장 시간을 오전으로 잡으려는 싸움이 치열해질 수 있다는 것. 실제 이미 사전예약제를 시행하고 있는 수도권 일부 장묘센터의 경우 오전 시간대에 화장 예약을 하려는 이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센터 서버가 다운되는 일까지 발생하고 있다. 선착순 경쟁이 장묘운영센터에서 인터넷으로 옮아갔을 뿐 크게 바뀐 게 없다는 지적이다.

또 11기뿐인 대구의 화장로 부족문제도 여전히 해결해야 할 숙제다. 부산 영락공원 및 인천 가족공원 장묘센터는 각각 15기가 운용되고 있다. 김상열 센터장은 "늘어나는 화장률과 다른 도시의 화장로 시설에 비하면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털어놨다.

이에 대해 김희곤 서라벌대 풍수명리과 교수는 "서울 등 화장예약제가 이미 시행되고 있는 곳의 경우 화장 시간을 굳이 이른 오전으로 고집하지는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대구도 화장예약제가 정착되면 화장 문화가 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최신 기사

07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19일 충북 청주에서 당원 교육에서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계엄 해제 표결에 대한 책임을 언급했다. 그는 국민의힘이...
iM금융그룹은 19일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서 강정훈 iM뱅크 부행장을 최고경영자 최종 후보자로 추천했다고 밝혔다. 강정훈 후보는 1969년생으...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출신 지도자가 훈련용 사격 실탄 2만발을 무단으로 유출한 사실이 밝혀져, 해당 인물은 현재 구속되어 ...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