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파독 광부·간호사들의 '눈물젖은 파티'

▲ 22일 밤 경상북도 대외통상교류관 야외연회장에서 40여 년 만에 고향을 방문한 재독 영남향우회원들이 음악에 맞춰 신명나는 춤을 추고 있다. 정우용기자 vin@msnet.co.kr
▲ 22일 밤 경상북도 대외통상교류관 야외연회장에서 40여 년 만에 고향을 방문한 재독 영남향우회원들이 음악에 맞춰 신명나는 춤을 추고 있다. 정우용기자 vin@msnet.co.kr

"우리는 잊지 않고 있습니다. 가난하고 힘들었던 1960년대 그 시절, 먼 곳 타국에서 꽃다운 젊음을 바쳐 피눈물로 억척스럽게 외화벌이에 나서신 '코리안 엔젤' 여러분을! 바로 여러분들이 진정한 대한민국의 애국자이십니다."

22일 오후 6시 경북도청 뒤편에 자리 잡은 도지사 공관 정원에 초청받은 파독 광부·간호사 출신 교포들은 대형 현수막에 내걸린 글귀를 보고 벌써 눈시울을 붉혔다.

"현수막에 붙은 이 격려문 하나가 그동안 우리의 고생을 한꺼번에 씻어주는 것 같습니다."

50, 60대 연령줄에 접어든 회원 40여 명을 이끌고 경북을 찾은 김승하(62) 영남향우회 회장은 뜻밖의 환대에 놀라움과 고마움을 표하기에 바빴다.

현수막에는 독일에 가서 근면한 자세로 독일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우리 광부·간호사들의 활약상을 그린 '호평받는 한국의 일손'을 보도한 당시 매일신문 기사도 사진과 함께 곁들여져 있었다.

독일 교포들은 경북도의 세심한 배려에 감사하며 이 현수막을 독일에 기념으로 갖고 가 다른 향우회 회원들에게 자랑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재독 영남향우회는 다른 지역들보다 비교적 늦은 1998년 11월 결성됐다. 파견 광부·간호사들 위주로 구성된 독일 교민은 3만 5천여 명. 이 중 영남향우회원은 1천 가구 정도이다.

하영순(63·여) 수석부회장은 "다른 지역 향우회가 고향의 초청을 받아 자주 고국에 다녀오는 것을 보고 참 부러웠는데 이렇게 와서 환대를 받고 보니 그동안의 서운함이 싹 가신다."고 말했다.

이날 초청은 지난 6월 독일을 방문한 김관용 도지사가 40년이 넘도록 고향을 찾지 못한 향우회원들이 많다는 얘기를 듣고 조만간 초청하겠다고 약속한 것을 지켜 이뤄졌다.

딱딱한 호텔보다 대외통상교류관으로 쓰는 공관에서 가든 파티를 여는 정성을 보인 경북도는 쌀쌀한 밤날씨에 대비해 목도리를 선물로 준비하고 가스난로 20대를 긴급 설치하는 등 행사 준비에 만전을 기했다.

도청에서 김 지사 부부와 이철우 정무부지사 부부, 대부분의 실·국장, 의회에서 이상효 도의회 통상문화위원장, 최윤희 통상문화위 간사, 경북농협 박희주 부본부장, 남해복 경북통상 사장 등이 참석해 분위기를 돋웠다.

지사 공관에서 흘러간 옛노래 등으로 여흥을 즐기며 고국에서의 따뜻한 밤을 보낸 이들은 구미, 안동, 울진을 찾아보고 경주엑스포, 포스코, 울산지역 기업을 둘러본 뒤 27일 정든 고국을 떠난다.

최정암기자 jeong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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