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건표의 스타토크]개그맨 김준호

"캐릭터 특성 잘 유지해야 웃음 유발"

데뷔 11년차 개그맨 김준호. KTX를 타고 대전으로 함께 이동하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기차가 출발하기까지 30분 정도 남은 시각. 20분 동안 햄버거를 정신없이 먹고 마시며 장동민, 홍인규도 함께 한 가운데 이야기를 나누었다.

"휴먼 코미디 영화 한 편을 직접 찍고 싶어요." 그는 대뜸 영화 이야기부터 꺼낸다. "드라마에서 연기를 하는 이유도 감각을 잃지 않기 위해 섭니다."

진정한 코미디 캐릭터 연기를 하고 싶어 하는 그의 연기 사랑은 사뭇 다르다. "코미디영화가 다양화됐습니다. 대부분 코미디 연기자들이 주축이 돼서 만들어지는 것보다 전업 영화배우의 역할이 더 큰 상황이죠. 그게 아쉽습니다. 코미디 연기는 가벼움이 아니거든요. 다양한 장르에서 주어진 역할을 잘 소화해 내고 싶습니다."

코미디 연기의 전통을 잇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김준호. 그가 개그콘서트에서 표현해 낸 캐릭터는 보스, 노인, 바보, 충청도 이장 등 다양하다. 캐릭터 인물은 단순히 웃음을 유발하는 차원을 넘는다. 개그의 특성상 연기보다는 웃음을 강조한다. 캐릭터는 웃음을 유발하는 도구인 셈. 감정을 집중하기 보다는 역할로 상황에 집중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개그맨이 그런 균형을 잡기란 쉽지 않다. 잘못하면 의도했던 대로 웃음이 캐릭터 속으로 묻혀 버리기 때문이다. 캐릭터 연기 때문에 자기집중이 많아지면 터지는 웃음이 아니라 감상용이 되어 버리기 때문에 웃음을 유도하기 위한 캐릭터 연기를 잘 유지해야 한다.

"프랑스 코미디는 캐릭터를 단순화시키면서 특징적인 인물묘사로 블랙코미디를 하는 경우가 많아요. 캐릭터 연기를 보면서 관객은 자연스럽게 웃을 수 있는 거죠. 웃음은 인물이 특징적이고 단순할 때 더 많이 웃어주시는 것 같습니다."

연기에 집중하면 무거워질 우려가 있기 때문에 인물연기는 단순화되고 특징을 과장하거나 표현을 극대화 시켜서 웃음을 유도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김준호는 연기를 먼저 강조하지만 웃음의 강도는 크다. 연기가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그는 진정한 코미디연기자라고 부르는데 손색이 없을 정도. 연기자로서 활동도 다양하고 장르를 넘나드는 연기로 그는 드라마에도 벌써 몇 차례 고정 출연했고, 영화도 찍었다. 12월부터 MBC에서 방송될 '뉴하트'에서는 흉부외과 의사 역을 맡고 네 번째 안방극장을 노크한다.

"드라마를 많이 한다고 해서 코미디를 놓을 생각은 없습니다. 오히려 코미디연기를 더 잘하기 위해서 드라마를 하고 있는 겁니다. 저는 코미디 연기자입니다. 코미디를 더 잘하고 싶은 것은 평생 마음 속에 있는 목표입니다. 아직 배우고 담아야 할 것 들이 많아요."

덜컹거리는 열차 안에서 그가 말한 이 한 마디에 11년차 개그맨으로서 겸손함이 느껴진다. 데뷔 연차로 볼 때 중견에 가까운 세월이 흘렀지만 그의 연습량의 열기는 식지도 않고 쉴 줄도 모른다. " 더 열심히 해야 해요. 더 재능 있는 후배들이 많아지고 있잖아요. 깜짝 놀랄 때가 많습니다. 후배들이 하루 연습하면 저는 일주일 이상 연습해야 마음이 편해집니다."

성대모사와 비트박스, 판토마임을 잘하는 그는 뮤지컬배우를 아내로 맞았다. 아직도 신혼인데 너무 바빠서 아내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다음달 그가 출연하는 개그공연이 4개씩 잡혀 있어서 그 연습에 몸살을 앓고 누울 정도란다.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고 싶습니다. 소속사 식구들하고 연말에 좋은 일도 많이 하고 싶구요. 이제는 돈도 좀 벌어야죠. 다음에는 대구에 갑니다." 대전 역에 도착해서 그가 일어선다. 바쁜 스케줄로 살인적인 하루를 보내고 있지만 얼굴에는 웃음이 지워지질 않는다.

대경대학 연예매니지먼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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