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도 약을 받으려면 1시간 넘게 기다리곤 했는데 지금은 2시간 넘게 기다려야 됩니다. 약사가 없다고 붙여 놓으면 끝입니까?"
12월 31일 대구 달서구 도원동 대구보훈병원. 환자 50여 명이 약을 타기 위해 약제실 부근에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약을 타기 위해 기다려야 하는 시간은 최소 2시간. 이곳저곳에서 불만이 터져나왔다. 매달 병원에 약을 받으러 온다는 L씨(62)는 "약을 타는 데 2시간 넘게 걸린다면 말 다한 거 아니요. 국가유공자들이 갈 수 있는 병원은 여기밖에 없는데 인력수급을 어떻게 하는 건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쉬었다. 그는 또 "한국전쟁이나 베트남전쟁 등으로 신체적, 정신적 피해를 입은 국가유공자들이 찾는 특수한 병원에서 약사들이 '갑자기' 그만둬서 업무에 차질이 생긴다는 건 이해할 수가 없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대구보훈병원이 약사들의 잇단 퇴사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환자의 대부분인 국가유공자들이 문제 해결을 요구하고 있지만 병원 측도 지원자가 없어 '어쩔 수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보훈병원에 근무하다 퇴사한 약사는 모두 6명. 300병상의 시설을 갖춘 병원이라 약사가 최소 7명은 있어야 하지만 현재 퇴사와 입사를 반복하며 겨우 6명을 유지하고 있다. 이전에는 여유 약사까지 9명 정도가 일했지만 연속으로 퇴사하면서 6명까지 준 것. 실제 지난해 6월부터 계속 모집공고를 내고 있지만 7월에 들어왔던 한 약사는 2개월 만에 나갔고, 지난달에는 2주간 모집공고를 냈지만 한 명도 신청하지 않았다. 이는 과도한 업무 부담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따라 보훈병원은 약사들의 업무 부담과 이용객들의 대기 시간을 줄이기 위해 약을 택배로 배달해주는 '택배서비스' 이용을 권유하고 있지만 이용률은 10% 정도에 그치고 있다. 택배 비용 2천900원 중 1천400원을 이용자가 부담해야 하기에 택배서비스로 약을 받으려는 환자는 많지 않다는 것. 보훈병원 관계자는 "이용객들의 70%가 오전에 집중적으로 몰리는데다 원내처방이 80%를 넘어 약사들의 업무 부담이 과중해 이 같은 일이 생긴 것 같다."며 "이달 중 약사 국가고시가 있는 만큼 조만간 약사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올 7월쯤엔 500병상을 운용할 계획이어서 약사를 최소 11명까지 확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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