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교단에서] 교사평가

교사는 평생 선(善)을 강요당한다. 교사도 인간이니 삶에서 실수할 수가 있다. 하지만 학생이 미완성에서 완성으로 가는 길목에서 인생의 모델이 돼야 하기에 이 사회는 조그마한 실수도 쉬이 용서하지 않는다. 나아가 지금은 교사도 평가를 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교사 평가가 교육에 도움이 되겠느냐고 나에게 묻는다면 대답이 쉽지 않을 것 같다. 긍정한다면 학교 문화를 누구보다도 잘 아는 교사가 그렇게 말할 수 있느냐고 힐책을 듣고, 부정하면 역시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비아냥을 들을 것 같다.

교사도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 아무리 시대의 흐름이라고 해도 교사 평가는 말처럼 쉽지가 않다. 교사 개개인이 근무는 같이하지만 하는 일은 모두 제각각이다. 담당 과목이나 학급의 특성에 따라, 학생들의 상태에 따라 받게 되는 정신적·육체적 무게도 다르다. 같은 학년을 담임하지만, 꽃밭에 물 주는 일을 맡겼는데 비 오는 날도 물을 주는 학생이 반에 있으면 1년 내내 가슴을 졸인다. 관심과 사랑으로 행동 변화를 위해 노력해도 무능한 교사라는 보이지 않은 딱지를 가슴에 안고 한해를 보낸다.

이런 교사에게 좋은 평가를 내려야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교사는 물건을 팔아서 실적을 올리는 것도 아니고 연구를 해서 짧은 시간에 결론을 도출해 내는 것도 아니다. 고3 담임을 하여 진학지도를 잘했다고 고1 담임보다 더 좋은 평가를 받는 것도 모순이 있다. 교육은 시간과 공간의 위치에 따라 중요성이 달라지는 게 아니다. 배우는 시기는 연속성이 있기 때문이다. 10년 20년을 내다보는 장기적인 사업이다.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듯이 함께 학교를 구성하는 학생, 학부모, 지역사회가 도와주지 않으면 아무리 뛰어난 교사라고 해도 무능한 교사가 되고 만다. 나의 학교 생활을 채찍질하고 열정을 갖게 하고 나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자식을 위해서 흘리는 학부모님의 눈물과 정성이었다.

나는 할 수만 있다면 학생, 학부모도 평가를 해서 교사평가에 반영한다면 공정하리란 엉뚱한 생각을 해본다. 이것은 그만큼 교사의 학교 활동이 학생과 학부모에 좌우되는 경우가 많음을 의미한다. 지난해에 부적응으로 상담실 문을 두드린 학생의 대부분이 가정교육의 미흡에서 비롯됐다. 내 아이는 담임교사의 평가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생각을 해보니 나 역시 부끄럽다.

교사도 학부모이다. 이제는 우리 모두가 집에서 가정교육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한 번 반성해 보았으면 한다. 모든 조건과 환경을 뛰어넘는 교사를 이 사회는 '스승'이라 부른다. 2008년에는 모든 교사들에 대한 평가가 '스승'이 되었으면 한다.

이원수(경운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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