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랑한데이)여보~ 드라마 끊고 책 들었어

남편과 아침밥을 먹을 때면 연속극을 하는 시간이 된다. 어렵게 살아가는 삶의 모습 아니면 사랑 이야기들이 신파 냄새가 좀 나긴 해도 재미가 붙어 늘 본다. 어떤 날에는 남편 혼자 식탁에서 먹게 하고 나는 밥그릇에 반찬 몇 가지만 넣어 가지고 TV앞에 앉아 먹는다. 주말이면 주말 연속극, 저녁이면 저녁 연속극, 나이가 들수록 연속극 보는 시간은 자꾸만 늘어간다.

남편은 그런 내가 이해가 안 간다는 눈치다. 어느 날은 "저 애가 저 사람이 낳은 애란 말이지?"하고 묻기에 학생에게 답하는 선생님처럼 신이 나서 설명을 해주었다. 난 늘 뉴스나 시사프로만 보고 자리를 뜨는 남편에게 연속극도 함께 보면서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불만을 가진 터라 남편의 물음이 더 없이 반가웠다.

남편은 "그럼 당신도 책도 좀 읽지."한다. 그 말을 들으니 내가 책 한 권을 읽은 지가 언제였던가 싶다. 이것저것 분주한 핑계로 책장 넘기기가 어려웠다. 예전에는 작은 등을 켜놓고 밤을 새워 책을 읽고 친구에게 편지 쓰고 했던 기억이 난다. 결혼을 하고 시집생활을 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고 결혼시켜 내놓으니 이제는 드나드는 손자들까지 보느라 정신없이 보냈던 날들이었다. 오늘은 어쩐 일인지 소설 한 권을 다 읽었다. 퇴근해서 오는 남편에게 "오늘 저녁밥은 있는 걸로 그냥 먹읍시다." 하면서 읽던 책장에서 눈을 떼지 않으니 남편은 오늘 좀 고상해 보인다며 나를 놀린다. 남편의 놀림을 받아도 왠지 기분은 좋다. 독서를 하면서 늙어 가는 내 모습에서 구수한 냄새가 날 것 같다. 나에게 사색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독려해준 남편에게 고맙다. 다시 찾은 책읽기의 재미를 통해 머릿속이 맑아지는 것을 느낀다.

권숙희(대구시 달서구 파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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