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김모(34·대구시 달서구 용산동) 씨는 최근 설 차례상에 올릴 곶감을 온라인쇼핑몰에서 구입했다. 김 씨는 "매장을 방문할 필요없이 집에서 간단하게 구입할 수 있었고 가격도 저렴했다."면서 "생활용품 대부분을 사이버쇼핑몰이나 TV홈쇼핑을 통해 구입한다."고 말했다.
김 씨 같은 주부들 뿐만 아니라 성인 남성들까지 인터넷 쇼핑몰을 자주 이용하면서 사이버쇼핑몰이 지방의 돈을 수도권으로 흡수하는 블랙홀처럼 변하고 있다.
◆지역 유통업 수난
대구·동아백화점에 대한 지역민들의 애정 덕택에 국내 최고 백화점들조차 대구 진출에 애를 먹던 지역 유통업계에 10여 년전부터 대형 소매점들이 밀어닥치면서 지역 유통업 수난이 시작됐다.
이후 롯데가 백화점을 냈고, 현대와 신세계도 대구 진출 움직임을 구체화하고 있어 바야흐로 지역 유통업은 서울 업체들이 좌우하는 시기가 됐다.
이런 상황에서 소리없는 진군으로 지역 소비자들의 주머니를 가로채는 또 하나의 세력이 바로 사이버쇼핑몰이다. 백화점이나 대형소매점들은 고용, 지역상품 구매 등 일부 기여라도 있지만 사이버쇼핑몰은 마구잡이로 지역 돈을 훑어간다는 측면에서 지역 경제에 가장 큰 위협 요인이 되고 있다.
지난해 사이버쇼핑몰 거래액은 15조 7천656억 원. 지난해 12월 한달 거래액이 사상 처음 1조 5천억 원을 넘어섰다. 대구경북이 전국 경제 활동에서 차지하는 규모가 10%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1조 5천억 원 가량이 대구경북 소비자들이 지출했다고 추산할 수 있다. 대구백화점과 동아백화점 매출의 1.5배에 해당하는 금액.
◆지역 사이버쇼핑몰은 침체일로
전국 규모의 사이버쇼핑몰이 급성장하고 있지만 지역 업체들은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2004년 12월 개장한 중소기업 공동브랜드인 '쉬메릭' 제품의 온라인 쇼핑몰은 매년 매출이 감소하고 있다. 지난해는 2년 전의 10% 수준이 돼버렸다.
대형쇼핑몰에 비해 품목이 턱없이 적어 소비자들의 방문이 없기 때문. 인지도 역시 낮다. 대구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사업비가 한정돼 있어 홍보나 행사를 통한 매출의 신장을 이루기 어렵다."고 말했다.
대구도시가스가 2006년 9월 개설한 친환경농산품 전문쇼핑몰인 '웰베이'도 예상만큼 매출이 오르지 않고 있다. 웰베이는 지역에서 생산된 친환경농산물을 온라인으로 판매하고 있다. 대구도시가스 관계자는 "올해 오프라인 매장을 열고 홍보도 열심히 해 사이버시장을 활성화 시킬 계획"이라고 전했다.
◆잘하는 업체는 서울로
온라인장터인 '오픈마켓'에서 옥션과 G마켓에 이어 3위를 기록하고 있는 동대문닷컴이 지역 사이버쇼핑몰시장의 체면을 지켜주고 있다. 하지만 동대문닷컴은 마케팅을 강화하기 위해 수도권으로 본사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 신은경 동대문닷컴 운영기획팀장은 "수도권 업체와 가격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면서 "협력사가 5천여 개가 넘어서면서 본사를 수도권으로 이전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 유통업체 대책
대구백화점은 인터넷 쇼핑몰인 CJ몰에 '대구백화점 샵'을 지난 2006년 9월 오픈했다. 200여 개 브랜드와 1만 4천여 개 백화점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또 자체 쇼핑몰인 '대백 e-shop'를 올 상반기중 새단장해 선보일 예정이다. 전석환 대구백화점 전자상거래팀장은 "다양한 브랜드를 입점시켜 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재래시장도 온라인 쇼핑몰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서문시장은 다음달 인터넷 쇼핑몰 '아이서문닷컴'을 오픈한다. 서문시장에서 판매되는 상품 8천여 개를 온라인으로 판매할 예정이다.
우성구 아이서문닷컴 부장은 "옥션, G마켓, 동대문닷컴 등 대형 사이버쇼핑몰에 비해 인지도가 떨어지지만 재래시장만이 갖고 있는 특화상품으로 승부하겠다."고 말했다.
김영문 계명대 교수는 "지역 중소기업들이 공동으로 대구경북을 대표할 수 있는 사이버쇼핑몰을 만들어서 대형 사이버쇼핑몰에 대항해야 한다."고 대응 방안을 제시했다.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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