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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허리 펼 시간도 없었던 아픈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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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집 며느리인 관계로 큰댁에 먼저 가서 차례 음식을 준비하고 나서 시어른 집으로 온다.

이번에도 바로 큰댁에 갔다가 오후 4시경 시댁에 왔다.

종종걸음으로 달려오자마자 팔을 걷어붙이고 데치고 볶고 해놓고 나니 저녁시간이 되어 저녁을 먹었다. 늦은 시간 아버님과 어머님, 나를 제외하고 남자들은 찜질방으로 가 버린 상태에서 전을 부치고 있는데 가스불이 꺼져 버렸다. 어머님은 가스 교체한 지 보름밖에 안 되었다고 안심시켰지만 영영 불은 오지 않았다.

손에는 밀가루 범벅이고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았는데 전기팬마저 고장 난 상태이기에 전화기를 잡고 버튼을 눌렀고 아버님께서는 옥상으로 올라가 점검을 하시더니 빈 통이라고 캄캄한 밤하늘로 소리친다. 가스 집도 고향에 가버렸는지 전화도 받지 않았다. 시계를 쳐다 보니 자정이 넘어버린 상태였다. 20분 거리의 편의점으로 뛰어가면서 찜질방으로 가 버린 남자들이 원망스러웠다. 부탄가스에 불을 붙이고 부엌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화력도 좋지 않은 버너 앞에 앉아 설음식을 준비하다 보니 다리는 저려왔고 허리를 펼 시간도 없었다.

한두 시간이면 해치울 일들을 밤새도록 하고 나서 한 시간 눈 붙이고 세배를 하기 위해 다시 일어나 씻어야 했고 기억에서 지우지 못할 무자년 설을 마무리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나는 무릎에 파스를 하나 붙이고 그냥 쓰러져 버렸다.

천서영(대구시 동구 신암5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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