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김경호(37)는 갈수록 부드러워 진다.
'금지된 사랑' '나의 사랑 천상에서도' 등 노래를 부를 때 누구도 따라하지 못했던 고음을 내지르던 김경호는 어디에 있나 싶다. 9집 '인피니티(INFINITY)' 속 김경호는 부드럽고 낭만적이기까지 하다. 그의 변신에 섭섭함을 표시하는 사람도 있지만 정작 김경호 자신은 만족스러움을 표시한다.
"7집부터 부드러워지려고 노력했어요. 이번 9집을 통해 완성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노래를 하면서 '파워'보다는 감정 표현에 무게를 두고 싶었어요. 의도적으로 발라드곡을 넣었죠. 직선적인 감정을 배제한 서정적인 음반입니다."
물론 그의 과거 노래를 기억하는 고음 마니아들은 실망감을 표시하기도 할 법 하다. 그러나 김경호는 "나를 사랑해주는 팬들은 이 느낌도 싫어하지 않는다"며 환히 웃었다.
"제가 좋아하는 음악이면 팬들도 따라와 줄 것이라 믿었어요. 예상대로 팬들 역시 좋아해주시고 있고요. 나이가 들수록 음악의 깊이와 부드러움에 몰입하게 되는데 그렇다고 해서 힘이 약해진 것은 아니에요. 성숙함과 연륜 면에 있어선 이번 앨범이 마음에 듭니다."
타이틀곡 '습관'은 팝 느낌이 강한 록발라드 곡이다. 평온함과 자연스러운 세련미가 돋보인다. 작사는 '유리상자'의 이세준이 맡았다. 이밖에도 '마치 너인 것처럼' '널 잊지 못하는 내가' 등 수록곡은 전에 비해 한결 부드러워졌다.
앨범 활동 중인 김경호는 과거보다 친숙하고 적극적인 모습으로 팬들과 만나고 있다. 이미 김경호는 여러 라디오 방송과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자신의 음악을 알리고 팬들과 소통했다.
"저는 대중음악인이니까 더 많은 사람들에게 우리의 노래를 들려줘야 하는 의무가 있잖아요. 너무 가볍지 않으면서도 친숙한 모습으로 팬들에게 다가가려 해요. 후배들에게 이런 얘길 해요. 우리가 하는 음악이 '록'이지만 삶도 '록'일 필요는 없다고요. 로커라고 과묵하게 카리스마만 내세우지 말고 생활은 밝고 즐겁게 하자는 거죠."
밝고 긍정적으로 활동한다고 해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얕은 웃음을 줄 생각은 없다. 7집 활동 당시 머리를 짧게 자르고 예능 프로그램에서 웃기는 모습을 연출했던 자신을 크게 자책한다는 김경호다.
"그렇게 활동하고 나서 우울증에 걸렸어요. 너무 가식적인 것 같아 적응을 할 수가 없었어요. 오랫동안 음악적인 모습만 보여드려서 '김경호'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그게 걷잡을 수 없게 돼 버린 거예요."
노래는 부르지 않고 예능 프로그램에서 웃고 떠드는 자신의 모습이 일회용품처럼 느껴지기까지 했다고. 그렇다고 음반 홍보가 잘 되는 것도 아니었다. 많은 연예인이 함께 나오는 프로그램에 '병풍'처럼 뒤에 앉아 있을 때면 자괴감이 밀려왔다.
"그 때 스트레스를 너무 받아서 성대결절이 왔어요. 하루 종일 웃고 떠들고 소리를 지르니 목이 성치 않았던 거죠. 이번 앨범 활동을 할 때에도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할 계획이지만 전저럼은 아닙니다. 팬들에게 내 얘기를 하는 정도로 활동을 할 계획이죠. 긴 머리카락도 다신 자르지 않을 생각이고요."
현재 대불대학교와 서울종합예술학교 강단에 서고 있는 김경호는 올해부터 연세대학교 대학원에 신설되는 디지털음악대학원에서도 겸임교수로 활동할 예정이다. "제작자로 변신해 비즈니스를 하는 것보다 음악 선배로서 후배를 양성하는 게 더 적성에 맞고 보람도 느낀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앞으로 전임교수가 되는 게 꿈이라는 김경호.
물론 음악은 기본이다. 김경호는 이와 함께 또 다른 꿈도 조심스럽게 전한다. "지난 2년간 여자친구가 없었어요. 이제는 여자친구도 만들고 싶네요. 너무 어리지 않은, 이해심이 많은 여자를 만나고 싶은데 삶의 반경 자체가 넓지 않아서 사람을 만나기가 쉽지 않네요."
앞선 사랑의 아픔도 그가 다시 사랑을 하는데 걸림돌이 됐다. 한 번 미치면 그 사람만 만나는 성격이라 매번 헤어질 때마다 상처를 많이 받았다는 김경호다. "다행히 고통을 빨리 잊는 편이라 괜찮다"지만 어딘지 모르게 슬픔이 베어 나온다.
연예인 여자친구는 어떠냐는 질문에 그는 손사래를 쳤다. 올해로 데뷔 13년째인 김경호는 아직도 '연예인'이란 표현을 어색해 할 정도로 보수적이다. 자신 역시 음악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으로 생각할 뿐, 연예인이라고 생각지 않는다. 이 때문에 연예계에 있는 여성에 대해선 관대한 시각을 갖고 대하기 힘들다.
"결혼을 생각하다 보니 누군가를 만날 때 신중해집니다. 좋은 사람을 만났으면 좋겠어요"
끝 모르는 고음 노래로 세인을 주눅 들게 했던 로커 김경호. 편안함으로 대중들에게 다가가고 싶은 그의 바람은 9집을 통해 이뤄졌다. 이제는 그를 편안하게 감싸 줄 좋은 사람을 만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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