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이런 시험관리에 公敎育 믿겠나

전국연합학력평가 시험의 일부 문제가 사설 학원을 통해 사전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지난 12일 전국 고등학교 3학년 학생 52만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08학년도 전국연합학력평가에서 수리 문제 45개 중 19개 문제가 서울 강남의 한 학원이 낸 예상 문제와 꼭 같거나 거의 비슷한 것으로 확인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해당 학원은 학력평가 출제위원들이 자신의 문제집을 베끼고 이용했다고 반박하고 있다. 유출이냐 베끼기냐는 철저한 수사로 밝혀 그 책임을 엄중하게 물어야 한다. 개탄스러운 것은 이 같은 학원과 학교, 교사와의 유착 의혹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해 김포외고 입시 문제 유출사건이 대표적인 사례다.

막강한 사교육 파워에 공교육이 잠식 정도가 아니라 유린되고 있는 형국이다. 최근 서울시의회가 사설학원의 24시간 교습을 허용하는 조례를 만든 배경에도 거대 학원의 로비가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상투적인 공교육 살리기, 사교육 폐해만 거듭 노래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정부와 공교육 당사자가 어떻게 할 것인가를 말해야 한다.

학교 시험문제 유출은 공교육 공신력에 치명적이다. 학원에 농락당해 시험문제마저 지켜내지 못한다면 국민은 아예 공교육 포기를 선택할지 모른다. 이명박 대통령의 공직자 머슴론을 교육계도 음미해야 한다. 국민들은 경제난에 곤경을 겪어도 공무원들은 아무 걱정 않는다는 지적이었다.

사교육 비대화와 공교육 피폐화를 개탄하는 사회적 목소리를 들으면서, 공교육 담당자들이 먼저 진지한 고민을 해야 한다. 시험문제 보안이라는 기본 룰마저 지켜내지 못해서야 누가 공교육 정상화가 가능하다고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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