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반도 대운하 논란의 한복판에 지역 대학교수들이 뛰어들었다. 경북대 등 지역 대학교수 225명이 '한반도 대운하 건설 반대 대구경북지역 교수모임'을 결성하고, 지난달 28일 대운하 검증토론회를 시작으로 반대운동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지난달 31일 만난 이 모임 공동대표 강영걸 교수(대구대 산업복지학과)의 목소리에는 절박감이 묻어났다. 그는 "진리를 탐구하고 가르치는 학자로서 대운하가 야기할 경제적·환경적 피해를 간과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대운하 반대 교수모임은 지역뿐 아니라 전국 115개 대학 2천466명이 동참하고 있다. 1987년 전두환 정권의 호헌 조치에 맞서기 위해 전국 48개 1천513명의 교수가 시국선언을 발표한 이후 지식인들에 의한 최대 규모의 집단 행동이다. 모래알처럼 그동안 함께하기가 힘들었던 교수 수천명이 한목소리를 내는 이유가 뭘까?
"대운하 건설은 생태 재앙을 불어옵니다. 현 정부는 독일의 운하를 모델로 삼고 있는데, 독일과 우리나라의 하천은 환경여건이 너무나도 달라요. 평지인 독일과 달리 산악지대인 우리 경우 대운하 건설로 인해 여름철만 되면 상상을 초월하는 범람을 경험하게 될 겁니다."
대운하 건설과 관련, 대구경북 지역은 운하의 수혜지로 인식되면서 찬성 비율이 높은 곳. 그러나 운하반대 교수모임에 지역 교수들의 수가 상대적으로 많다는 점은 아이러니하다. "처음 운하 반대 운동에 불을 지핀 곳은 서울입니다. 그러나 서울지역 동참 교수가 759명인데, 서울대 교수 381명을 빼면 나머지 대학들의 참여는 미미해요. 지역은 전체의 10%가량인 225명이 동참하고 있지요. 처음 동참 서명을 받을 때 지역에서 이렇게 많은 교수가 반대하고 있는 줄 몰랐습니다."
강 교수는 "지역민들이 마시는 낙동강 물을 결정적으로 오염시킬 것"이라고 걱정했다. 이런 걱정들이 지역 교수를 운하 반대 모임에 끌어오게 한 이유 중 하나라는 것. "낙동강 물이 바다까지 흘러가는 데 평소에 열흘 정도 걸리지요. 하지만 대운하가 건설되면 최소 석달 이상 운하라는 웅덩이에 고여있게 됩니다. 수질 오염은 불을 보듯 뻔하지요. 우리의 생명인 안전한 물과 바꿀 정도로 대운하가 왜 시급한지 이해가 안 갑니다."
그는 특히 "정부가 내세우는 대운하 건설 취지인 물류량 절감이나 관광효과 등 경제적 효과도 거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강 교수는 "화물선 한척이 운하를 통과하는 시간을 감안하면 하루 12척가량이 왕복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것으로 무슨 물류량 절감 및 관광효과를 기대한다는 발상이 나오는지 상식에 어긋난다"고 반문했다.
이들 교수모임의 활동이 더더욱 무게감이 느껴지는 이유는 대운하와 관련한 거의 모든 전문가들을 포괄한다는 점이다. 강 교수는 "교수모임 산하에 수자원·교통·경제·환경·수질 등 8개 분야 100여 명으로 구성된 운하연구교수단까지 운영하고 있다"며 "앞으로 운하 찬성론자들과 학술 토론회를 정기적으로 열어 한반도 대운하의 비경제성, 비효율성에 대한 여론 조성 및 방향 제시를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고 강조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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