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 자체의 한계인가, 유권자들이 속마음을 숨기는 것인가."
총선기간 중 각 언론사가 실시한 여론조사의 예측치가 선거 결과와 너무 달라 이 같은 의문이 일고 있다. 실제로 총선기간 중 동일한 지역의 여론조사 결과는 언론사들마다 들쭉날쭉했고 선거결과와 근접하는 전망치를 내놓지도 못했다. 또 선거 당일 현장에서 실시하는 방송사 출구 조사도 실제와 큰 차이를 보였다. 그래서 정확한 사전 예측을 위한 여론조사의 본래 기능을 상실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한다.
대구 서구에서 친박연대 홍사덕 당선자가 29%포인트(p) 차이로 한나라당 이종현 후보를 눌렀다. 하지만 매일신문과 대구MBC가 여론조사회사인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지난달 29일 조사에서는 이 후보(31.8%)와 홍 후보(37.2%)가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었다. 지난 2일의 동아일보와 MBC 조사에서는 홍 후보(44.5%)가 이 후보(31.0%)에 13.5%p 앞서는 것으로 보도했으나 이 역시 실제 격차에 15.5%p 모자라는 큰 편차를 보였다.
무소속 김광림(50%) 당선자가 한나라당 허용범(35%) 후보에게 승리한 경북 안동도 마찬가지다. 동아일보·MBC, 한겨레, 대구일보, MBC·KBS 등이 허 후보가 5~10%p 차이로 김 후보를 앞서승리를 예상하는 등 선거 결과와는 상반되게 예측했다.
4선 고지 등정에 성공한 친박연대 박종근 당선자의 경우는 거의 모든 여론조사가 헛다리를 짚었다. 지난 3월 중순부터 10여개 언론사가 여론조사를 실시했지만 박 당선자의 승리를 예측한 경우는 하나도 없었다.
한편 투표 현장에서 실시하는 출구조사도 공중파 4사의 전망이 모두 빗나갔다. 한나라당 의석수에 대해 KBS는 155~178석, MBC는 154~178석, SBS는 162~181석, YTN은 160~184석으로 각각 예측했으나, 선거 결과 한나라당의 의석수는 153석에 그쳤다. 출구조사가 예상한 최대 의석수는 물론이고, 최소 의석수보다도 1석이 모자랐다.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는 지난 1996년 15대 총선 이후 연속 네 번째 빗나갔다.
이같이 여론조사 결과가 어긋난 것에 대해 일각에서는 "여론조사는 표본의 수보다는 표본을 어떻게 추출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며 "선진국에선 지역과 성, 연령 등의 비율을 맞춰 표본의 분포를 모집단에 근접하도록 국내 조사 기관은 수익성 때문에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응답자들이 본심을 숨기고 상반된 응답을 하는 경우도 여론조사 결과의 신뢰성 하락의 한 원인으로 지적되기도 하지만 응답자들이 과연 본심을 숨기는지 여부는 누구도 알 수 없다는 점에서 그런 주장은 추론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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