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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거일의 시사코멘트] 거대한 이웃으로서의 중국

우리가 세계적 일들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논의하는 경우는 드물다. 지금 많은 나라들에서 사람들이 큰 관심을 보이는 미국 대통령 선거조차 우리 사회에선 별다른 관심을 끌지 못한다. 우리는 그저 우리 사회 안의 문제들에 몰두한다.

그런 사정은 여러 요인들이 작용한 결과지만, 두드러진 요인은 우리 사회에서 정치가 유난히 압도적이라는 사정이다. 학문이나 예술이 사회의 관심을 끄는 일은 드물고, 기업가들이 정치가들에게 그리도 약하다는 사정에서 잘 드러나듯, 경제조차도 실제로는 정치에 종속된다. 문제는 정치가 본질적으로 국내적 현상이라는 사실이다. 미국 정치가 '팁 오닐'의 말대로, "모든 정치는 지역적이다 (All politics is local)." 국경 밖 어떤 정치적 사건도 국내 선거만큼 관심을 끌 수 없다.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과 일본을 방문하는 터라, 우리는 모처럼 국경 너머로 눈길을 던져 너른 세상을 살필 계기를 얻었다. 우리가 외부 영향을 크게 받는 작은 나라이므로, 그렇게 너른 세상을 살피는 일은 더욱 중요하다.

이 대통령의 미국 방문은 물론 한미 동맹의 복원을 목표로 삼는다. 지난 10년 동안 좌파 정권들 아래서 한미 동맹은 위험스러울 만큼 약해졌다. 한미 동맹을 다시 튼튼히 하는 것은 핵무기를 갖춘 북한의 위협에 대한 가장 좋은 대책이다.

한미 동맹은 장기적으로도 중요하다. 중국의 빠른 경제적 성장은 중국의 정치적. 군사적 힘을 크게 늘렸다. 미국의 힘은 상대적으로 약해졌고 일본의 힘은 중국의 영향을 상쇄하기에 점점 힘에 부친다. 그래서 모두 머잖은 장래에 중국이 동아시아의 패권국가가 되리라고 예상한다.

중국의 빠른 성장은 중국과 긴 국경을 공유한 한반도에 어두운 그림자를 던진다. 강대한 이웃은 늘 불길한 소식이다. 강대한 나라 바로 옆에 자리한 작은 나라는 늘 '핀란드화(Finlandization)'를 겪는다.

냉전 기간 내내 공산주의 러시아의 압도적 영향 아래 생존한 핀란드는 무척 어려웠다. 중립을 내걸었지만, 실질적으로 러시아의 식민지에 가까웠다. 중국은 공산주의 러시아만큼 압제적이다. 신강성의 위구르족에 대한 탄압과 이번 티베트족에 대한 탄압에서 그 점이 잘 드러났다.

중국은 늘 한반도에 깊은 관심을 보여 왔다. 중국이 전통적으로 한반도에 대해 종주국 노릇을 해왔다는 역사적 사실은 중국 사람들의 태도를 근본적으로 규정한다. 이미 중국은 6·25 전쟁에서 우리 나라를 침입했다. 1950년 6월에 남침한 북한군의 주력은 중공군에 소속된 조선인들로 편성된 부대들이었다. 북한군이 패주했을 때는 대대적으로 침입했다. 그 뒤로는 파산한 북한 정권을 떠받쳐 왔고 북한에 대한 실질적 지배를 강화해왔다.

지금 중국의 공산주의 정권은 자신들의 명분 없는 독재를 정당화하기 위해 공격적인 민족주의를 추구한다. 불행하게도, 중국이 민주적 사회로 바뀌더라도, 그들의 공격적 민족주의는 여전할 것이다.

그런 중국의 압도적 힘에 맞서 독립을 유지하려면, 우리는 미국과의 동맹을 튼튼히 하고 일본과의 협력을 긴밀하게 해야 한다. 이 대통령의 이번 방문 외교는 그래서 뜻이 깊다. 우리는 사소한 일들로 미국 시민들을 짜증나고 섭섭하게 하는 어리석음에서 벗어나야 한다.

복거일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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