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폐지된 이동통신 3사의 '무제한' 요금제가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백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불경기에 통신요금이 가계 부담의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통신비를 조금이라도 아끼려는 일부 이용자들이 이 같은 '폐지 요금제'를 인터넷을 통해 사고팔고 있다. 최근에는 '폐지 요금제' 거래를 중계하는 전문브로커까지 등장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무제한 요금제'를 검색해보면 모바일 커뮤니티나 중고거래사이트 등에서 "통화 무제한 요금제(기본료 9만5천원) 팝니다. 가격은 150만원, 직거래 원함" 등의 글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가장 비싼 값에 거래되고 있는 것은 SK텔레콤의 017 패밀리 요금제와 KTF의 무제한 커플 요금제, LG텔레콤의 무제한 요금제 등이다. 대부분 2003년에서 2004년 사이에 나온 요금제들로 모두 몇 개월 지나지 않아 신규가입이 중단됐다. 수지타산이 맞지 않았기 때문.
10대 학생들 사이에는 문자무제한요금제 거래가 유행하고 있다. 이동통신 3사는 2005년 말 월정액만 내면 무제한 문자 이용이 가능한 요금제를 일괄 폐지했지만, 문자 사용량이 많은 청소년들은 웃돈을 얹어줘가면서까지 이 요금제를 사고 있다. 가격은 30만원에서 50만원선이다. 게시판에는 "문자무제한요금제 업계 최고가격에 삽니다. 신뢰있는 깔끔한 거래 약속드립니다" 등의 글이 심심찮게 보인다.
017 패밀리 요금제는 현재 가입자수가 18만명 정도이며, KFT 무제한 커플요금제는 3만1천명, KTF 비기(Bigi) 문자무제한은 5만1천명가량이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직장인 최인수(32)씨는 "남들은 최신형 공짜폰을 갖기 위해 '번호이동'을 자주 하지만, 4년 전 가입한 골드요금제(통신비 월 10만원에 무제한 통화)가 아까워 번호이동을 하지 않았다"며 "통신비를 내기 위해 대리점에 가면 직원들이 부러운 눈으로 쳐다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거래는 '명의 이전'이 아니라 '명의 대여'를 통해 이뤄진다는 게 문제다. 이동통신사들이 문자요금제를 팔고 사는 행위를 막기 위해 명의 이전이 불가능하도록 약관을 바꿨으며, 통화 요금제 역시 명의가 바뀌면 사용이 중단되기 때문이다.
KTF 관계자는 "명의 대여를 통해 요금제를 거래하는 것은 개인정보 악용, 요금 체납 등으로 곤란을 겪을 가능성이 있고, 정당한 거래가 아니어서 법의 보호를 받기도 어렵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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