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용직 근로자로 일해온 이모(49)씨. 건설경기가 급락하기 시작한 지난해부터 일감을 찾지 못한 그는 순식간에 카드빚이 560만원이나 쌓였다. 벌이는 없고 아이들 학비는 들어가고, 그는 카드에 기댈 수 밖에 없었다.
"일감만 있으면 이 정도 쯤이야 갚을 수 있지 뭐!" 오판이었다. 원금은 310만원이었지만 이자가 원금의 3분의2나 됐다. 그에게 지금 560만원은 도저히 넘을 수 없는 산(山)이 됐다.
# 김모(44)씨는 한달에 90만원을 버는 피자 배달부다. 봉급생활자였으나 직장을 잃어버린지 1년여. 이력서를 내도 나이가 많다고 고개를 흔들어댄다. 소득이 들쭉날쭉한 배달일용직으로는 도저히 생계를 감당할 수 없다. 월소득 90만원짜리 배달부가 가족들까지 부양하다보니 카드빚은 쌓여갔다. 이미 빚이 1천300만원에 이르렀다. 최근엔 주인이 "손님이 없어 죽겠다"며 눈치를 준다. 잠이 오지 않는다. 그는 1천300원만원의 빚을 도저히 갚을 길이 없다.
각종 경제지표가 '외환위기 시절'로 돌아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서민들이 최근의 급락한 경기 상황으로 인해 자신의 힘으로 빚을 감당해내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정부가 만든 '신용회복위원회' 대구사무실에는 사람들이 넘쳐나고 있다.
대구 중구 대구역앞 대우빌딩 4층에 있는 신용회복위원회 대구사무소. 올들어 지난달말까지 모두 6천571명이 이 곳 문을 두드렸다. 올들어서 한달 평균 938명이 이 곳에 '하소연'을 하러 온 것이다.
지난해에는 1년동안 7천931명이 이 곳을 찾아 월평균 660명의 방문객 숫자를 기록했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올들어 월평균 방문객이 42%나 급증한 것이다.
특히 6월과 7월은 각각 방문객이 1천227명과 1천185명을 나타내 '네자릿수 방문객 시대'를 열었다. 서민들이 느끼는 경기 상황이 하반기 들어 더 나빠지고 있는 것이다.
신용회복위원회는 올들어 방문객이 급증한 것과 관련, 가장 큰 요인이 경기 급락에 따라 서민층들이 일자리를 잃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소득이 없다보니 빚을 내 생계비를 만들어왔고 도저히 이자를 감당할 길이 없어지자 이 곳을 찾아와 '빚 탕감'을 호소해온 것이다.
신용회복위원회 대구사무소 이선인 지부장은 "자리에 앉자마자 울음을 터뜨리는 사람, 자신의 참담함을 하염없이 얘기하는 사람 등 최근 경기상황을 이 곳 상담창구에서 그대로 읽을 수 있다"며 "대구권은 중소기업이 많은데다 경기에 민감한 영세 자영업자들이 많아 다른 지역에 비해 경기 추락에 따른 채무 부담 충격이 훨씬 더 크다"고 말했다.
한편 신용회복위원회는 10월까지 국민연금을 활용한 특별신용회복지원을 하고 있다. 국민연금에 가입된 사람들이 많은만큼 자신이 낸 국민연금 납부보험료 총액의 50% 범위내에서 대여해주는 방법으로 채무를 조정해주는 것.
예를 들어 위의 사례에서 이모씨는 국민연금 활용 등의 신용회복 지원을 통해 빚이 560만원에서 155만원으로 줄어들 수 있고, 피자배달부 김씨 역시 1천350만원의 빚을 458만원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고 신용회복위원회는 설명했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 신용회복지원제도란?= 정상적인 채무상환이 불가능해진 개인채무자의 조속한 경제활동 복귀를 지원하기 위해 지난 2002년 10월 만들어졌다. 정부가 지원하는 비영리 사단법인인 신용회복위원회가 주관하며 상환기간 연장, 분할상환, 이자율 조정, 변제기 유예, 채무감면 등 각종 채무조정 수단을 써 채무자가 경제적으로 재기할 수 있도록 지원해준다. 053)428-93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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