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다한증-땀! 그대는 귀찮지만 소중한 존재

"여름이다!" 요즘같이 무더운 날씨엔 신이 납니다. 부끄럽긴 하지만 저를 드러낼 기회가 많기 때문이죠. 주인님이 가만히 계셔도 저는 부른 듯이 쫓아 나가고, 조금 움직이기라도 하면 막 달려나갑니다. 사람들은 이를 두고 '줄줄 흐른다' '비 오듯 한다'고 하더라고요. 어쨌든 저는 여름이 좋습니다.

◆저는 땀입니다

제가 누구냐고요? 눈치 채셨겠지만 저는 '땀'입니다. 저는 언제든 밖으로 나갈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운동할 때나 밥 먹을 때, 몸에 열이 오르면 언제든 땀샘을 박차고 나갑니다.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서지요. 땀샘에서 나와 증발하면서 체열을 발산시켜 정상적인 체온을 유지하는 게 제 역할이거든요. 제가 아니면 아마 더워 죽을지도 모릅니다. 에어컨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거예요. 온도감지기가 체온을 감지해 설정된 온도보다 높으면 자동으로 가동돼 온도를 낮추는 것과 같지요. 몸의 체온 감지부가 체온을 감지하고 이것을 시상하부의 체온조절중추에 전달, 설정된 온도와 비교해 높으면 낮추려고 하는데 이 과정에서 땀이 나게 되는 겁니다. 물론 피부를 건조하지 않게 피부 표면을 정상적으로 유지하는 임무도 맡고 있습니다.

◆또다른 제가 있습니다

저의 비밀을 하나 알려 드릴까요. 사실 저는 하나가 아닙니다. 또다른 제가 있습니다. 사는 집 자체가 다릅니다. 하나는 에크린 땀샘, 다른 하나는 아포크린 땀샘입니다. 에크린 땀샘은 땀 분비의 주 기능을 가진 큰집과 같습니다. 얼굴 등 거의 몸 전체에 분포해 있지요. 보조 땀샘인 아포크린 땀샘은 겨드랑이, 사타구니 등 일부에 한정돼 있고, 성분도 좀 다릅니다. 에크린 땀샘의 땀은 끈적임이 없고 수분이 99%, 염분이 1%인, 사람들이 알고 있는 일반적인 땀입니다. 반면 아포크린 땀샘의 땀은 끈적임이 있고 지방, 암모니아 등의 성분이 포함돼 있습니다. 땀이 날 때 역한 냄새를 풍기는 것도 주로 이 친구, 아크포린 땀샘의 땀입니다. 피부 표면으로 나온 땀이 세균에 의해 분해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얘 때문에 저의 이미지가 별로 안 좋아졌습니다. 그래도 중요한 존재입니다. 물론 많이 퇴화되긴 했지만 다른 동물처럼 인간의 채취를 풍기는 역할을 하고 또 피부를 보호하는 임무도 맡고 있거든요. 겨드랑이 암내 등 액취증 수술을 받는 것도 이 친구 때문입니다.

◆다한(?)도 병인 양하여···

제가 많아도 문제가 되나 봅니다. 저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어 솔직히 우울합니다. 저를 보고 '기가 허하다'는 둥 '몸이 안 좋은 것 같다'는 둥 걱정하는 것을 보면 마음이 아픕니다. 저 때문에 병원까지 간다나요. 지나치게 땀이 많다며 '다한'이라고 부르더군요. 몸의 특정 부위에서 생리적인 현상 이상으로 많이 발생하는 경우에 '다한증'이라고 한다는데, 그렇다고 '어디에' '얼마나' 많이 나야 병적이라고 할 수 있는지 경계가 있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단지 체온 조절을 위해 몸 전체에서 많이 나오면 생리적인 것으로 볼 수 있고, 정신적인 긴장에 의해 주로 손이나 발, 겨드랑이, 얼굴 등 특정한 부위에서 많이 나타나면 질환이라고 보는 것 같아요. 다한증은 주로 아시아인에서 많이 발생하고 성인 인구의 0.6~1% 정도가 다한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네요. 남녀노소 차이가 없이 생기지만 대체로 사춘기가 갓 지난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 사이에 많이 발생한다고 합니다. 손, 발, 얼굴, 겨드랑이 등에 단독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함께 발생하기도 한답니다. 평소 운동을 하거나 밥 먹을 때 몸 전체에 땀이 많은 경우는 다한증이 아닙니다. 그냥 땀이 많은 겁니다. 몸 전체에 땀이 많다고 '병이다' '생리적이다' 분류하기 뭐 하지만 스스로 불편함을 느낀다면 병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왜 많이 나올까요

아무도 정확한 원인은 모르더라고요. 다만 땀샘의 분비기능에 관여하는 자율신경계의 교감신경 문제일 거라고 짐작하는 정도입니다. 가족력, 유전적인 원인 때문인 경우가 많고, 정신적인 스트레스나 긴장감, 감정적인 자극에 의해 유발되기도 한다네요. 주로 손이나 발, 이마와 얼굴, 겨드랑이 등 다양하게 나타나는데 특히 손에 가장 많이 생긴다고 합니다. '책, 공책, 시험지가 젖어서 찢어진다' '피아노나 바이올린 연주가 어렵다' '공이나 운동기구가 자꾸 미끌어진다' '악수하기도 부끄럽다' 심지어 '손의 땀을 자주 닦다 보니 지문이 지워지거나 습진으로 고생한다'는 등의 불평이 나오는 것도 다 '저' 때문이라네요. 이 때문에 자칫 자신감을 잃거나 대인기피증으로 발전하는 경우도 있답니다. 저 때문에 힘들어하는 것도 속상한데 저를 없애기 위해 수술까지 한다고 하니 가슴이 무너집니다. 다한증은 크게 원발성(일차성·본태성)과 이차성(속발성) 다한증으로 나뉘는데 원발성은 건강한 사람에게서 나타나고, 이차성은 어떤 원인 질환에 의해 이차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이라고 합니다. 원발성은 특별한 원인 질환없이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과도하게 발생하는 것이고, 이차성은 만성 염증이나 갑상선기능항진증, 자가면역 질환, 폐경, 악성 종양 등의 질환에 의해 생깁니다. 원발성 다한증의 경우 약물이나 수술 등의 방법으로 치료하고, 이차성 경우는 원인 질환을 치료하고 나면 저절로 낫는다고 합니다. 다소 길었지만 이상으로 저의 얘기를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도움말·이정철 영남대병원 흉부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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