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산지가 어디죠?"
김민정(26·여)씨는 13일 점심시간 대구 수성구 범어동의 사무실에서 동료들과 함께 분식점에 음식을 주문했다. 그녀가 선택한 메뉴는 비빔밥. 김씨는 배달원에게 밥 위에 있는 쇠고기의 원산지를 물었지만 돌아온 답변은 "잘 모르겠다"였다. 김씨는 "점심이나 야근이 있을 때면 자주 음식을 시켜먹는데, 음식점들이 돌린 스티커나 전단지에는 쇠고기나 쌀의 원산지가 전혀 표시되어 있지 않다"고 했다.
지난달부터 쇠고기가 들어간 모든 음식의 원산지 표시제가 시행됐지만 배달음식은 명확한 표시 기준이 없어 사각지대로 방치되고 있다. 특히 12월부터 돼지고기·닭고기 원산지 표시제가 시작되면 배달주문이 많은 치킨이나 피자 등으로 인해 소비자들의 혼란은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농산물품질관리법에는 영업장의 메뉴판이나 게시판에 원산지를 표시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영업장을 벗어난 음식에 대해서는 표시의무가 없다. 이렇다 보니 소비자들이 스티커나 전단지를 보고 주문하는 배달음식에 들어가는 쇠고기나 쌀의 '국적'을 알 수 있는 방법이 사실상 없다. 직접 식당에서 확인하거나, 주문을 하면서 음식점에 원산지를 물어볼 수밖에 없다. 배달원들도 제대로 알고 있는 경우는 드물다.
중구의 한 중국집 배달원은 "식재료의 원산지를 물으면 당황스럽다"며 "각종 음식에 똑같은 쇠고기가 들어가는지 알 수 없고, 식당주인이 가르쳐 주지도 않아 식당에 직접 물어보라며 얼버무리곤 한다"고 했다.
소비자들은 야식이나 배달음식의 경우 홍보 전단물이 곧 메뉴판인 만큼, 원산지표시제의 시행 취지를 살리기 위해선 전단지 같은 홍보물에도 표시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정은(35·여)씨는 "식당을 방문해야만 원산지를 알 수 있다고 하면 말도 안 된다"며 원산지 표시제의 허점 보완을 요구했다.
중화요리점 등 배달음식이 많은 업소들도 난감해하고 있다. 원산지 표시가 의무화되지 않을 때 만든 전단지나 스티커 등을 새로 만들어 돌리려면 비용이 만만찮게 드는 데다 호주산이나 미국산 쇠고기를 쓸 경우 손님들의 거부감이 심해 이를 표시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
분식집을 운영하는 김모(44)씨는 "메뉴판에는 이미 원산지 표시를 했다. 그런데 홍보 스티커에까지 원산지 표시를 하려면 새로 인쇄하거나 일일이 덧붙여 쓸 수밖에 없는데 굳이 그럴 필요가 있겠느냐"고 했다.
농산물품질관리원 경북지원 관계자는 "식당에 표시한 것과 다른 재료를 배달음식에 사용하고 이를 알리지 않으면 원산지 표시법 위반으로 단속대상이 된다"고 말했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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