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B 때문에 가슴이 철렁했어요."
주부 이모(41·북구 태전동)씨는 올림픽 야구 결승전이 있었던 지난 24일 택시를 탔다 봉변을 당할 뻔 했다. 운전석 앞자리에 설치된 DMB(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로 야구중계를 보던 운전기사가 한국의 금메달이 결정되자 두 팔을 벌려 환호성을 지른 것. 달리는 택시 안에서 깜짝 놀랄 수밖에 없는 순간이었다. 이씨는 "운전 중에는 DMB를 꺼 달라고 했으나 운전하는데 지장이 없으니 괜찮다며 불안하면 뒷자리로 자리를 옮겨 앉으라고 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차량용 DMB를 장착하는 운전자들이 많아지면서 안전운행에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월 말 380만대였던 DMB 보급은 월 30만대씩 가파르게 증가해, 현재 우리나라 차량의 5대 중 1대꼴로 DMB가 장착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 따라 DMB가 교통사고를 유발하는 직·간접적 원인이 되는 사례도 급격히 늘고 있다.
직장인 김모(32)씨도 지난 19일 운전 중 DMB를 보다 신호대기중이던 앞차를 들이받아 한 달 월급을 고스란히 날렸다. 김씨는 "예전에는 주·정차 중일 때만 켰는데 어느 순간부터 운전하면서도 보게 됐다"며 "이참에 차에서 DMB를 떼 낼 생각"이라고 말했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김인석 박사팀이 20∼30세 성인남녀 37명을 대상으로 한 '운전중 DMB 사용의 위험성'에 관한 조사에 따르면 운전중 DMB를 시청하는 것은 소주를 3∼6잔 마시고 음주운전을 할 때보다 사고 위험이 훨씬 더 높게 나타났다.
하지만 차량 운행시 DMB 시청에 대한 규제는 전혀 마련돼 있지 않아 대형 사고 위험은 항상 도사리고 있다. 휴대전화 이용자만큼 DMB 시청도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경찰 한 관계자는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의 경우 도로교통법에 의해 범칙금과 벌점을 부과받게 되어 있으나 휴대전화 사용보다 더 위험한 운전 중 DMB 시청은 단속할 법적 근거가 마땅치 않다"고 말했다.
지난 17대 국회 때 운행중 DMB 시청 규제 법안을 발의했던 김충환(한나라당) 국회의원은 "미국이나 일본,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DMB 등 차량 화상 표시장치에 대해 운전 중 조작이나 시청을 금지하는 규제법규가 명문화돼 있다"며 "조만간 DMB 규제 법안을 재차 발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임상준기자 zzu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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