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린 핸슨은 1996년 호주 의회 선거에서 호주 선주민인 아보리지니를 차별하는 망언으로 논쟁의 중심에 선 인물이다. 핸슨은 "아보로지니를 제외한 모든 유권자를 대표할 생각"이라는 인종차별주의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잇단 망언 때문에 자유당 입후보자 자격을 잃었지만 무소속으로 출마해 많은 표를 얻고 당선됐다.
의원이 되어서도 망언은 계속돼 "호주가 아시아인에 의해 전복될 위험성이 있다"는 등의 발언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당시 보수당의 존 하워드 총리는 핸슨 비판론자들을 향해 정치적 언론의 자유를 억압하는 행위라며 그를 두둔하기도 했다. 호주의 실업 증가와 범죄, 집값 상승 등 모든 사회적 위기의 원인이 선주민이나 아시아 이민자들 때문이라는 '핸슨주의(hansonism)'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차기 일본 총리로 유력시되는 아소 다로(麻生太郞) 자민당 간사장도 망언으로 치자면 핸슨에 버금가는 인물이다. 극우 성향의 매파인 그는 "창씨개명은 만주에서 일하기 힘들어진 조선인들이 돈을 벌려고 희망한 것" "일본의 조선 합병은 조선의 발전에 도움이 됐다" 등의 망언으로 지탄받았다. 가문의 배경도 한국과 악연이 깊다. 다로의 부친 다카키치는 일제 강점기 때 1만여 명의 조선인 징용자들을 착취한 아소탄광 사주로 3선 의원이었다. 유일하게 다섯 차례에 걸쳐 총리에 오른 요시다 시게루가 다로의 외조부이고, 스즈키 젠코 전 총리가 장인, 아키히토 일왕의 사촌 도모히토(寬仁) 친왕이 그의 매제다.
다로의 망언은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지난해 알츠하이머병에 대한 경박한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고, 일본이 핵폭탄을 보유하는 데 아무런 문제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의 튀는 발언은 격한 발언으로 유명한 외조부 요시다 전 총리로부터 대물림했다. 일왕 숭배자인 요시다는 1952년 현 아키히토 일왕의 입태자 의례식에서 당시 히로히토 일왕에게 '신(臣) 시게루'라고 불러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아소 간사장은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이미 세 번이나 실패한 이력이 있다. 그러나 국민적 호감도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9선 경력이 이를 말해준다. 혹여 대중적 인기를 업고 일본의 경제위기와 미래에 대한 불안을 한국이나 중국 때문이라고 둘러대는 '아소이즘'이 횡행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서종철 논설위원 kyo42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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