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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절반으로 줄인다던 사교육비 대책은 뭔가

올 상반기 가계 지출 가운데 교육비로 나간 돈이 15조 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13조7천억 원에 비해 9% 이상 늘었다. 가계 지출 가운데 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중도 6.2%로 사상 최고다. 교육비 비중은 2000년 4.9%에서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경기 침체와 물가 폭등에 국민들이 허리띠를 졸라매면서도 교육비 지출만은 오히려 늘리는 것이다.

물론 사교육 때문이다. 최근 한 조사에서 국민들은 유가 상승에도 사교육비 지출을 가장 줄일 수 없다(39.6%)고 답했다. 우리나라에서 초'중'고교를 졸업시키는 동안 평균 4천370만 원(지난해 물가기준)의 사교육비가 들어간다는 것이 통계청의 조사 결과다. 유치원비를 포함하면 약 5천만 원이고 2명의 자녀라면 1억 원에 이른다. 지난해 학부모들이 지출한 사교육비는 연간 20조 원을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사정이 이러니 한국 교육산업에 외국 자본이 몰려들고 있다. 지난해 특목고 입시 전문학원인 토피아에듀케이션에 미국 투자회사인 칼라일이 2천만 달러를 투자한 것을 비롯해 리버사이드 컴퍼니, 보스턴 벤처 캐피탈 등 해외 자본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 삼성, CJ 등 대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이 모두가 거대한 사교육시장을 노리고 이뤄지는 일이다.

이명박 정부는 대선 당시 '사교육비 절반, 학교 만족 두 배'를 내세웠다. 취임사에서도 '가난의 대물림을 교육으로 끊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번 통계는 이런 다짐들을 무색하게 한다. 대통령의 약속과 거꾸로 가고 있다. 대통령이 내놓았던 약속들이 空約(공약)이 아니었다면 정부는 지금쯤 획기적인 사교육비 절감안을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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