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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로 옷도 만든다?…한지 줌치 공예 전시관 '운지관'

▲ 한지 줌치공예 전시관을 운영 중인 이은희 관장이 자신의 작품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 한지 줌치공예 전시관을 운영 중인 이은희 관장이 자신의 작품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우리 조상들은 전통 한지를 단순히 문방사우로서만 쓴 것은 아니다. 창호, 벽지 등 생활소재로도 쓰였고, 또 공예 작품 재료로 쓰이기도 했다. 한지는 이외에도 복주머니는 물론 의복 만들기에도 사용됐다. 제주시 오등동 탐라무문(www.tamnamm.com)에 가면 한지 줌치 기법으로 제작한 다양한 작품을 전시하는 공간 '운지관(雲紙館)'이 있다.

줌치 기법이란 공예기법의 하나로 두 겹의 한지를 물만으로 붙이는 방법으로 공기가 들어가지 않도록 밀착시키고 주물러 아주 강하게 만드는 기법이다. 닥종이로 만든 한지를 몇 시간 동안 물속에 담가 주무르고 치고 두들기다 보면 닥의 섬유질이 아름다워지고 광목처럼 질긴 성질이 생긴다. 이런 식으로 여러 장의 한지를 겹치게 되면 가죽만큼 질겨진다.

운지관을 운영하고 있는 이은희(53) 관장은 20여년 전인 1993년 우연히 줌치 기법을 알게 됐다. 그때부터 전통 닥종이 기법을 '수양하는 마음'으로 작업해 왔다. 하루에 서너 시간만 자면서 작업에 정성을 기울였다.

천연염색 기술도 배워 자신이 직접 물까지 들이고 있다. 갖가지 전통작품을 제작하면서 다양한 전시회에서 초대전을 열었다. 운지관에서는 이 관장이 정성을 들인 줌치공예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성철 스님 입적 후 열린 추모전에서 스님의 옷을 형상화한 작품도 있다. 실제 법의와 전혀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로 정교하다. 갑옷에 받쳐 입는다는 옷도 있다. 입어 보면 옷의 감촉 그대로다. 이 관장이 만들어서 직접 입기도 했다는 여성 한복도 있다. 종이의 질감은 그대로 느껴지지만 알록달록한 색감과 그 모양이 여간해서는 구분하기가 어려울 정도.

'탐라좀녀복'이란 작품도 있다. 2004년 일본 나고야 초목염색 비엔날레 가작 작품. 좀녀복은 제주 해녀들이 물길질을 할 때 입었던 옷이란다. 생을 마감할 때도 해녀들이 수의로 갖고 싶어하는 옷이었다. 이렇듯 안경집에 지갑, 옷 등에 다양하게 활용된 줌치공예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조상의 지혜에 다시 한번 놀라게 된다. 이 관장은 "줌치공예 작품은 시간과 정성이 많이 가는 작품으로 가격으로 매기기 어렵다. 한국의 전통을 알린다는 데 크게 의의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 조문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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