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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기의 필름통] 해바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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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창우의 시노래 중에 '내 자지'라는 곡이 있다.

'오줌이 누고 싶어서 변소에 갔더니/ 해바라기가 내 자지를/ 볼라고 볼라고 볼라고 한다/ 그렇지만 그렇지만 나는 안보여 줬다' 안동의 한 분교 어린이가 쓴 동시다.

시골 화장실 작은 창 밖에 일렁이는 해바라기를 보는 동심이 만발한 시다. 고추를 안 보여주려는 아이와 넓은 얼굴로 화장실을 엿보는 듯한 해바라기의 풍경이 참 정겹고 재미있다.

국도변에 해바라기가 만개했다.

해바라기는 8개월 동안 준비해 한 달 정도 핀다. 활짝 벌어진 생김새가 어느 구석 숨김이 없이 시원한 꽃이다. 꽃잎도 드러내고, 씨마저 숨기지도 않는다. 흔들 흔들, 세상이 흔들리나, 꽃이 흔들리나.

옛날, 바다의 신에게는 두 딸 그리디와 우고시아가 있었다. 둘은 해가 진 후부터 동트기 전까지만 연못가에서 놀도록 허락받았다. 어느 날 큰언니 그리디는 해가 뜬 것도 모르고 놀았다. 처음으로 태양의 신 아폴로가 빛을 발하는 황홀한 광경을 보고 사랑에 빠진다. 아홉 날 아홉 밤을 선 채로 그의 사랑을 애원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하고 발이 땅에 뿌리를 내려 꽃으로 변했다. 그것이 바로 해바라기다.

뜨거운 태양만 쳐다보는 해바라기의 끈기처럼 열정적인 신화다. 한 남자만을 그리며 척박한 땅에 뿌리를 박고 살아온 여인 지오바나가 그랬다.

지오바나는 비토리오 데 시카 감독의 '해바라기'(1970년)의 여주인공이다. 소피아 로렌이 불거진 광대뼈 사이 깊은 눈으로 세월을 지켜온 여인을 연기했다.

2차 세계대전 무렵. 나폴리 시골에 살던 지오바나(소피아 로렌 분)는 밀라노에서 온 안토니오(마르첼로 마스트로얀니 분)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군대에 가지 않기 위해 안토니오와 지오바나는 결혼식을 올리지만 남편 안토니오는 곧 우크라이나 전선으로 떠나게 된다. 그리고 남편을 기다리던 지오바나가 받은 것은 한 장의 전사 통지서. 그러나 지오바나는 그가 살아 있음을 확신한다. 사랑의 힘이다.

그녀는 동토의 땅을 뒤져 사랑하는 남자, 안토니오를 찾아낸다. 그러나 무심하게 그는 이미 러시아 여인과 결혼을 했다. 안토니오만 바라보고 살아온 세월이 무색해진다. 그를 사랑하기에 그에 대한 마음을 접고 돌아서는 지오바나. 슬픔을 주체 못해 눈물을 흘린다. 그에게는 보이지 않았던 눈물이다.

그때 그녀의 촉촉한 눈빛은 기차 차창 밖으로 향한다. 끝없이 펼쳐진 해바라기. 검은 땅을 노랗게 덮은 그 꽃은 그토록 오랜 세월 기다린 그녀의 모습이다.

이때 흘러나오는 헨리 맨시니의 감미로운 음악은 해바라기처럼 한 남자를 그리워한 한 여인의 절절함을 잘 표현해내고 있다.

혹자는 해바라기라고 하면 변절자라고 말한다. 해바라기 정치인은 신념 없이 떠도는 그렇고 그런 정치인을 일컫는다. 그러나 해바라기는 하나만 바라보고 살아온 꽃이다. 어느 곳으로 눈을 돌리지 않고 애면글면 그만 바라보고 있다.

그렇다면 물어보자. 당신은 진정으로 누구를 해바라기 해본 적이 있는가?

김중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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