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독감 예방접종 효과는?

김재영(가명·40)씨는 올 초 독감에 걸려 거의 죽다 살아났다. 40℃를 넘나드는 고열에, 숨을 못 쉴 정도로 목이 붓고, 온몸을 두들겨 맞은 듯한 전신근육통 등으로 고생하다 결국 견디다 못해 입원까지 해야 했다. 김씨는 "살다살다 그렇게 아픈 적은 처음이었다"며 "또 독감에 걸릴까봐 너무 겁이 나 아직 젊지만 올해는 독감예방접종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독감(인플루엔자) 예방접종 시즌이 돌아왔다. 독감은 '까짓것 감기 정도'라 생각하고 쉽게 넘길 질병이 아니다. 심할 경우 숨질 수도 있다. 이번 겨울, 독감 걱정 없이 보내려면 예방접종을 하는 게 좋다. 그렇다면 독감 예방접종, 언제 하는 게 좋고,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예방접종에 대해 알아보자.

◆독감, '독한 감기' 아니다

감기와 독감은 전혀 다르다. 감기는 리노바이러스, 아데노바이러스 등 200여개의 호흡기 바이러스가 원인인 반면 독감은 인플루엔자라는 바이러스 감염으로 생기고 전염성이 아주 강하다. 감기는 주로 콧물, 코막힘, 인후통, 기침, 두통, 미열 등 목 부위 위쪽으로 증상이 한정된 반면 독감은 38~40℃의 고열과 오한, 두통, 근육통, 피로감, 체력 소진, 전신 쇠약 등 전신 증상과 마른 기침 및 객담 등 호흡기 증상을 보인다. 감기는 보통 일주일 내 합병증 없이 회복되지만 독감은 보름에서 한 달 정도 이어지면서 세균 감염을 통한 세균성 폐렴이나 탈수, 기관지염 등 다른 합병증을 불러일으키고 당뇨, 천식 등 기존 만성 질환을 더욱 악화시키기도 한다. 또 감기는 바이러스가 워낙 많아 예방 접종이 사실상 불가능한 반면 독감은 매년 유행하는 독감 바이러스 유형을 미리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예방 가능한 것도 차이점이다.

◆예방접종, 매년 하는 게 좋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자주 변이를 시도하기 때문에 그에 맞는 백신을 해마다 접종해야 한다. 인플루엔자는 A·B·C형 3가지가 있는데 이들 병원체가 변화하면서 짧게는 1년, 길게는 10~40년을 주기로 소·대변이를 일으키는 것. 이에 세계보건기구(WHO)는 그해 겨울 유행할 독감 바이러스 돌연변이 형태를 예측, 균주를 발표하고 제약회사 등에서 이를 토대로 해마다 다른 백신을 만들어 공급한다. 인플루엔자 유행 시기가 12~3월인 점을 감안하면 접종은 유행 이전인 9, 10월, 늦어도 12월 전에 하는 게 좋다. 예방 백신 접종 후 2주 정도 지나면서 항체가 생기기 시작해 4주 뒤쯤 효과가 최고에 도달하고 5, 6개월 정도 지속하기 때문이다. 물론 고위험군의 경우 유행 시기에라도 안 하는 것보다 접종하는 게 좋다.

◆예방접종 대상자 따로 있나

예방접종 대상자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지만 백신을 접종하는 게 좋은 사람과 해선 안 되는 사람은 있다. 만 65세 이상 노인, 만성 심장·폐질환자나 만성 신장 및 간질환자, 당뇨병, 만성 대사질환 환자, 천식, 면역기능 저하 환자, 호흡기 질환에 잘 걸리는 사람, 아스피린을 장기 복용 중인 6개월~18세 청소년, 12세 이하 어린아이 및 65세 이상 고령자 등은 예방접종을 하는 게 좋다. 반면 6개월 미만 영아나 독감 예방 주사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 등은 접종해선 안 된다. 독감 백신의 경우 계란에서 바이러스를 배양하기 때문에 아주 적지만 계란 단백질이 들어 있어 계란 알레르기 환자도 접종해선 안 된다. 건강한 젊은 사람의 경우 합병증 등의 우려가 적은 만큼 접종하지 않아도 큰 문제는 없다. 그러나 고위험군 경우 합병증으로 숨질 수도 있는 만큼 접종하는 게 좋다.

◆예방접종, 효과 얼마나 있을까

보통 예방접종을 하면 60~90% 정도 예방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젊고 건강한 사람의 경우 예방 효과가 70~90%, 65세 이상은 30~40% 정도 된다는 것. 특히 노인의 경우 예방 접종하면 사망 확률은 50%, 입원 가능성도 30% 정도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최근 이러한 수치는 조사 대상자의 건강 상태를 고려하지 않은 결과라는 주장이 미국에서 나오기도 했다. 건강관리기구 등록 노인들의 의료기록 분석 결과, 건강 상태가 양호하고 몸관리에 관심이 많은 노인일수록 해마다 독감백신을 맞는 것으로 나타나 백신을 맞는다고 예방 효과가 높다고는 할 수 없다는 것. 반면 혼자 목욕을 하거나 옷을 갈아입기 힘든 허약한 노인들의 경우 독감백신 접종을 하기 힘들 뿐 아니라 숨질 우려도 더 크다는 것이다. 그러나 독감을 치료할 수 있는 특효약이 아직 없는 만큼 백신 접종을 통한 예방이 현재로선 최선책이다. 물론 예방주사를 맞는다고 100% 예방되는 건 아니다. 유행성 독감은 기침, 재채기 시 콧물이나 인두 분비물에 오염된 물품이나 손으로 전달되는 만큼 대중 및 공공장소에선 특히 조심하는 게 좋다. 외출 후 양치질 및 손 씻기 등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고 환자의 경우 마스크 착용, 체온 조절, 과로를 피하고 수면 및 영양 등을 충분히 취할 필요도 있다.

이호준기자ho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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