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역 기업들 가중되는 '신용 경색'

달성2차단지 분양 기업 절반도 착공 못해

▲ 미국발 금융위기로 중소기업 신용경색이 우려되면서 경영상황이 괜찮은 기업들은 투자를 안 하고, 영세기업들은 투자를 하고 싶어도 은행 대출을 못 받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착공률이 절반에도 못 미치는 달성2차산업단지.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 미국발 금융위기로 중소기업 신용경색이 우려되면서 경영상황이 괜찮은 기업들은 투자를 안 하고, 영세기업들은 투자를 하고 싶어도 은행 대출을 못 받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착공률이 절반에도 못 미치는 달성2차산업단지.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미국발 금융위기 여파로 은행권이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을 중단하자 기업들이 비명을 지르고 있다. 규모가 큰 기업들은 향후 신용경색을 우려해 신규투자를 기피하고 있으며, 영세기업들은 대출 중단과 조기 상환이란 비상상황에 직면했다.

◆신규투자 중단 잇따라

대구성서공단 내 한 기계금속업체는 지난 19일 미국발 금융위기에 대한 대책회의를 가졌다. 회의에서는 향후 신용경색이 올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경비를 절감하고 아껴쓰자고 결의했다. 또 제품 재고를 줄여 금융비용을 줄이는 것은 물론 어음 등 채권회수를 고객사들에 요청해 앞당기기로 했다. 앞으로 닥쳐올지도 모르는 금융경색 위기에 대비한 것이다. 이 업체는 은행대출에는 문제가 없지만 당분간 신규투자를 하지 않을 계획이다. 지난 2004년 분양받은 달성2차산업단지 착공도 무기한 연기한 상태다.

규모가 큰 지역 기업들이 불확실한 미래 탓으로 신규투자를 줄이고 있다.

대구시에 따르면 달성2차단지를 분양받은 212개 업체 가운데 현재 공장을 착공한 업체는 102개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내년 6월까지 착공하지 않으면 공장용지를 반납해야 하지만 착공을 꺼리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에 9개 업체가 착공을 포기하고 공장용지를 반납했다.

경북지역 한 자동차부품업체도 진량공단에 공장용지를 분양받았지만 착공시기를 잡지 못하고 있다. 이 업체 관계자는 "부지는 확보했지만 어떤 사업을 벌일 것인지 확정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돈줄 마른 영세기업

대구 성서공단 내 한 염색업체는 요즘 애가 탄다. 원자재를 수입하기 위해 은행에서 달러대출을 받았지만 최근 환율이 폭등하면서 손해가 눈덩이처럼 커졌다. 은행에서는 신규대출은커녕 오히려 조기상환을 요구하고 있다. 이 업체 대표는 "상환시기가 연말인데도 은행에서는 믿지 못하겠다면서 조기상환하라고 난리다"면서 "환율급등으로 인한 피해에다 조기상환 요구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털어놨다.

지역 업계에 따르면 자금상환은 보통 분기 말인 3, 6, 9, 12월이다. 수익이 발생해야 자금상환을 할 수 있는데 요즘 같이 힘든 때에 은행들은 오히려 자금상환 시기를 앞당기고 있다.

경북지역 한 안경테업체도 사정은 마찬가지. 자재구입비와 인건비로 당장 1억원이 필요해 은행에 대출을 문의했지만 퇴짜맞았다. 은행에서 담보를 요청했기 때문이다. 추석 전 대구시가 편성한 경영안정자금도 자격 요건이 되지 못했다. 이 업체 대표는 "소비위축으로 내수시장이 얼어붙어 주문도 잘 들어오지 않는다"면서 "인건비와 자재구입비 마련을 위해 지인들에게 돈을 빌리러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 달성공단 내 한 유화업체는 최근 기술개발을 완료하고 신제품을 출시하기 위해 자금이 필요하지만 은행을 찾을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은행에 가봤자 담보를 요구할 게 뻔하기 때문이다. 이 업체 대표는 "정부 자금지원이 대기업이나 우량기업 중심으로 돼 있다"면서 "영세한 중소기업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금리를 낮추고 신용보증을 확대해달라"고 요구했다.

◆자금난 심화 우려

지역에 배정된 정책자금도 대부분 소진됐다.

중소기업진흥공단 대구경북본부에 따르면 대구, 경산, 영천, 고령, 청도 등 대구지역 올해 정책자금 총 예산은 1천500억여원 정도. 하지만 올해 추가 접수 및 지원 가능한 잔여예산은 100억여원에 불과하다.

중진공 대구경북본부 관계자는 "내달부터 2009년도 예산으로 지원할 업체들의 신청·접수를 받아 지원결정을 해나갈 예정"이라면서 "내년 초부터 집행이 가능하도록 지역 중소기업들의 정책자금 지원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는 최근 금융시장의 불안정이 심화됨에 따라 금융위원회와 기획재정부 등에 '중소기업 금융안정을 위한 긴급조치'를 건의했다. 은행이 별다른 이유 없이 대출 연장을 거부하거나 조기 상환을 요구하지 않도록 창구 지도 등 특별조치를 요청했다. 또 은행의 중소기업 자금공급 확대를 유도하기 위해 현재 한국은행의 총액대출한도(6조5천억원)를 11조6천억원으로 증액해 줄 것을 건의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또 신용보증 공급을 확대하고 원자재 값 상승 및 내수부진에 따른 자금수요 증가를 감안해 일반보증한도(30억원)를 50억원으로 확대하고, 장기·거액 보증 중소기업에 대한 신용보증 졸업제 적용을 유예하는 방안도 건의했다.

중소기업중앙회 대구경북본부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 이후 중소기업 대출증가액이 축소 추세인 상황에서 은행권이 금융충격에 민감히 반응해 경쟁적으로 대출 축소에 나설 경우 자칫 중소기업 신용경색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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