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휴~" "떠넘기기"…공무원연금법 개정 희비 엇갈려

"찻잔 속 태풍에 그쳤다."

25일 오전 대구의 한 구청. 공무원들마다 꺼낸 화두는 24일 공개된 '공무원 연금법 개정안'. 그들의 표정에서는 '아쉽지만 다행'이라는 안도감이 떠올랐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30% 정도 큰 폭으로 줄 것"이라는 말이 떠돌고 '명퇴 러시'까지 나타나며 들끓었던 불안과 동요는 사라진 모습이었다.

재직기간이 많은 공무원들은 다행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대구의 A구청 총무과장은 "33년간 재직하고 사무관으로 퇴직할 경우 현재 250만~260만원을 받는 연금수령액이 15만원 내외로 줄지만 우려했던 것보다 감소폭이 크지 않아 큰 동요는 없다"고 했다. 연금법 개정 추이를 지켜보며 명퇴 신청을 준비했던 공무원들도 서류를 책상 속으로 밀어넣는 분위기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에 따르면 기존 공무원의 부담은 적은 반면 신입 공무원의 부담은 커 지나치게 현직 공무원의 눈치를 봤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올해 3월 구청에 들어온 한 공무원(29·9급)은 "연금 운영의 실패를 이제 갓 발을 내디딘 신입 공무원들에게 전가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고 했다.

시민들은 연금법 개정안이 '개혁'이 아닌 단순 계수조정에 지나지 않고, 이로 인해 빚어지는 적자폭을 국민의 혈세로 메우게 됐다는 데 실망과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김모(48)씨는 "공무원의 부담이 크지 않아 결국은 공무원들의 노후를 국민의 혈세로 보장해 주겠다는 식의 개정안은 수긍하기 힘들다"며 "민간인들보다 고용안정성이 높고 처우도 웬만한 일반기업 못지않은 만큼 공무원들의 고통감내가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공무원노조는 이번 개정안이 공무원들의 일방적인 희생만 강요하고 있다며 생존권 사수 차원에서 강력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전국공무원노조 대구경북본부 김대홍 사무처장은 "공무원연금 개혁은 신중하게 충분한 시간을 갖고 논의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각본에 짜여진 것처럼 졸속으로 입법일정에 맞춰 서두르고 있다"며 "특히 신규 공무원에 대한 차별 부분은 간과할 수 없다"고 했다. 이에 따라 노조는 30일 대의원대회를 열고, 반대입장을 밝히는 등 구체적인 거부투쟁에 들어갈 예정이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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