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TV 들여다 보기]요즘 드라마

다양한 가족형태 담아내

어느샌가 우리 주변의 '가족'개념이 다양해지고 있다. '불륜'과 '출생의 비밀'을 안고 있는 드라마틱한 가족 설정이 아니더라도 한부모가정, 재혼가정, 그레이로맨스 등 실로 다양한 모습의 가족형태들이 일반화되고 있는 것. 이 때문일까. 요즘 드라마에서도 차츰 다양한 형태의 가족들을 만나볼 수 있다.

종영을 앞둔 KBS 2TV '엄마가 뿔났다'는 식상한 출연진, 대사 등 방송 초반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높은 시청률을 이어온 데에는 아기자기하고 다양한 이야기가 한몫 했다.

연상연하 커플, 재혼 커플, 노인 커플 등 이 한 드라마에서 보여주는 가족의 형태는 실로 다양하다.

이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노년 커플인 나충복(이순재)과 영숙(전양자). 기존 노년층의 사랑은 그저 피상적으로 다뤄져왔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노년의 사랑을 정면으로, 그것도 핑크빛으로 다루고 있다. 요즘 유행하는 '그레이 로맨스'의 단면을 엿볼 수 있는 것.

충복이 영숙을 보는 순간 'You are so beautiful~'이라며 감미로운 음악이 흘러나오는가 하면 첫 키스를 하는 장면이 세세하게 그려진다. 80대와 60대 후반의 키스신이라니, '방송사상 최고령 키스신'이란 후일담이 돌기도 했다. 처음엔 주책이라 생각했지만 볼수록 노년의 사랑도 이해가 가기 시작한다. 식사 중 흘린 것을 닦아주는 세심함이 있고 그 사람의 고단함을 생각해주는 배려가 있다. 젊은 시절의 사랑과는 같은 듯 다른 것이다. 자식들이 재혼을 권하지만 서로를 위해 그저 연인 사이로 남는 여유 또한 노년 사랑의 빛깔이다.

노년 커플은 지난주 종영한 SBS '워킹맘'에서도 중요한 한 축을 이뤘다. 대형 감자탕집 체인점을 운영하고 있는 사장님 복실(김자옥)과 딸에게 얹혀사는 종만(윤주상)은 첫눈에 반해 같이 산다. 비록 살아온 과정과 배경, 가치관이 달라 갈등을 빚기도 하지만 결국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란 것을 절감한다.

재혼가정은 어떤가. '엄마가 뿔났다'에서 변호사인 영수(신은경)는 아이가 딸린 이혼남 종원(류진)과 결혼했다. 이 가족에겐 전처 딸인 소라가 있다. 소라는 처음엔 날카롭게 신은경을 거부하지만 점차 서서히 동화된다. '계모' 이미지는 옛말. 덮어두고 무조건 잘해주는 모습도 없다. 서로의 주장은 하되 가족이란 이름으로 모서리를 둥글려가며 사는 모습이 주를 이룬다. 이 드라마는 특히 이혼과 재혼 과정에서 나타나는 아이의 소외감에 주목한다. '누구도 나같은 건 관심없다'는 소라의 대사에서 아이의 소외감을 절절히 이해하게 된다. 연상연하커플도 등장한다. 철없는 영일(김정현)과 5살 연상인 미연(김나운)은 알콩달콩 에피소드를 만들어간다.

'워킹맘'은 이혼 커플의 뒷 이야기를 풀어낸 바 있다. 연상연하 커플이었던 재성(봉태규)과 가영(염정아)은 재성의 가정에 대한 무관심으로 이혼한다. 하지만 재성은 이혼 후 가정의 소중함을 깨닫고 가영과의 재결합에 매달린다. 가영은 이혼 후에야 셋째 임신 사실을 알게 되지만 이는 재결합 여부에 큰 요인이 되지 못한다.

한편 KBS 1TV '너는 내 운명'은 성인의 입양 문제를 다룬다. 사고로 일찍 생을 마감한 큰딸의 눈을 이식받은 새벽(윤아)을 가족들은 딸로 입양한다. 갓난 아기를 입양하는 경우는 많지만 이처럼 다 큰 성인과 새로운 인연을 맺기란 쉽지 않은 일. 비록 앞으로 새벽을 둘러싼 많은 갈등이 빚어지겠지만 초기에 보여준 입양 가족의 따뜻한 모습은 보는 내내 가슴을 훈훈하게 했다.

또 태영(이필모)은 미혼모인 연상녀 소영(김정란)과 결혼에 성공, 미혼모와 미혼남의 결합을 보여줬다.

세상은 참으로 많은 이야기들로 엮여간다. 모자이크처럼 얽힌 그 수많은 이야기들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 드라마이다. 드라마가 현실에 반발짝 앞서 다양한 가족 형태에 대해 사람들의 마음을 열어주는 것도 의미있어 보인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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