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에서 보는 독도는 여상(如常)스럽다. 파도는 갈매기와 더불어 한가롭고 시름없는 뭉게구름은 저 혼자 뒤척인다. 독도의 아침 바다는 요즘 연녹색이다. 그러나 시간의 프리즘에 따라 섬의 색깔은 은빛에서 다시 황금빛으로 바뀌기도 한다.
독도에서는 아침식사를 마친 후 한때가 하루 중 가장 부산하다. 하루 일과를 준비해야 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가벼운 여름용 보트를 해체해서 접어 넣고 겨울용 보트를 조립하는 것도 이때이다. 떨어진 낚시 바늘을 다시 달고 수선하는 것도 이 즈음이다.
동력선을 끌어올리는 기계장치들을 손보고 와이어로프를 다시 깔기도 한다. 어촌의 일상적인 일들을 '할배'(독도에서 통하는 김성도 이장 호칭) 혼자서 하기에는 버거워 보인다. 때문에 이곳 독도에서는 놀고먹는 식객이란 있을 수 없다.
보트를 뭍으로 끌어올리는 일도 그렇다. 받침목을 괴고 크레인에 달아 당겨야 하는데, 거드는 흉내만이 아니라 팔을 걷어붙이고 암팡지게 달라붙어야 한다. 괴임목 받침이 약간 어긋나거나 크레인을 조금만 급하게 작동시켜도 여지없이 '할배'의 고함이 터진다.
오전 10시경이면 독도 여객선 삼봉호 첫 배가 들어온다. 동도에서 독도경비대원들이 삽살개를 앞세우고 계단을 내려오는 것이 보이면 서도도 분주해진다. 독도관리사무소 직원이 근무복으로 갈아입고, 입도 인원 확인 서류를 챙겨들고 모터보트 시동을 건다.
김성도 이장도 외출복으로 갈아입고 '마도로스 모자'를 눌러쓴 채 부리나케 동도 접안장으로 건너간다. 기상이 조금만 나빠도 배가 들어올 수 없기 때문에 독도 사람들은 늘 뱃고동 소리가 반갑다.
하루 1천880명 입도 허가가 난 이후 독도에는 남녀노소 방문객이 부쩍 늘었다. 하지만 관광객들이 머물 수 있는 공간은 10년 전 조성한 길이 80m, 폭 20m의 동도 접안시설뿐. 독도경비대로 가는 계단이나 해변 자갈밭으로는 갈 수 없다.
배가 선착장에 들어오고 동도에 내린 방문객들은 20여분 체류하는 동안 만세를 부르고 서도를 배경으로 기념촬영도 한다. 독도경비대와 김성도 이장 부부에게 선물을 전달하기도 한다. 지방의회와 시민사회단체뿐만 아니라 산악회·동창회 등 친목단체 등도 나름대로 뜻깊은 행사를 치른다. 배가 닿는 순간 독도는 '애국의 축제장'으로 변하는 것이다. 그래서 독도는 결코 외롭지 않다.
김성도 이장은 자신을 알아보고 함께 사진을 찍자고 하는 관광객들에게 언제나 '스마일표'로 포즈를 취해준다. 뭍사람들이 독도가 애틋하듯, 독도 사람들도 뭍이 그리운 것이다. 떠나야 할 시간, 뱃고동이 두 번 길게 울리면 관광객들은 다시 배에 오른다.
모두들 아쉬워서 한장의 사진이라도 더 담으려고 애를 쓴다. 삼봉호의 경우 동·서도를 한바퀴 돌아 나가기 위해 뱃머리를 독립문바위 쪽으로 돌린다. 그러면 독도경비대원과 관리사무소 직원, 등대 근무자, 김성도 이장까지 부두에 한 줄로 나와 서서 경례를 하고 손을 흔든다. 이제는 기자도 독도에서 사람을 맞이하고 떠나보내는 섬사람이 됐다.
독도·전충진기자 cjje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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