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무모한 자전거운전, 禍 부른다

음주운전·역주행·차로무시·안전장구 미착용…

#대구 수성구 만촌동에서 중구 동인동까지 매일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A(45)씨는 상습 음주운전을 하고 있다. 술자리가 많은 그는 만취상태에서 공사장 차단벽이나 이정표, 안내판에 곧잘 부딪쳤지만 다행히 큰 사고는 없었다고 했다. A씨는 "술을 마시고 자전거를 타도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24일 낮 12시쯤 대구 중구 계산동 계산성당 앞 도로에서는 계산오거리 방향에서부터 자전거를 탄 할아버지가 커브길에서 1차로로 갑자기 꺾으면서 차량들이 급정거했다. 할아버지는 신호등이 녹색불로 바뀌자 횡단보도를 3, 4m 앞두고 건너려다 큰 사고를 당할 뻔했다. 오후 1시쯤에는 중구 공평네거리에서 한 노인이 자전거를 타고 도로를 역주행하고 있었고(도로교통법 위반), 자전거를 탄 한 아주머니는 차도와 인도를 오르내리며 갈지자(之)로 몰고 다녔다.

자전거가 '녹색 교통수단'으로 대중화되면서 '위험한 자전거 운전 행태'를 개선하자는 목소리가 높다. 대구의 자전거 이용인구가 9만명으로 추정되는 등 수송 분담률이 크게 늘고 있지만 '매너 없는' 운전과 이로 인한 크고작은 사고도 함께 증가 추세다.

중구 약전골목 인근의 한 가게 주인은 "밤에 술 마시고 자전거를 몰던 사람들이 주차된 차량과 부딪치거나 벤치 등에 걸려 넘어져 다치는 일이 종종 있다. 심지어 가게 문을 들이받는 경우도 있었다"고 했다.

대구경찰청에 따르면 대구에서 발생한 자전거 사고는 올 1월부터 8월 말까지 110건. 이 중 11명이 사망하고 113명이 부상을 당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사고 101건에 8명 사망, 107명이 부상당한 것에 비해 점점 증가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자전거 이용자들이 교통법규를 아예 무시하고 달리다 큰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자전거 사고는 치사율이 아주 높아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24일 경찰청은 안전한 자전거 타기를 위해 도로교통법 등 관련 법령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자전거 옆을 지나는 자동차의 안전거리 확보 의무 ▷어린이의 안전모 착용 의무화 ▷자전거 신호등 등 전용차로 표지 신설 등의 조항이 포함된다. 그러나 음주운전 이용자에게 혈중 알코올 농도 0.05%에 벌금(30만원 이하)을 부과하는 방안은 어청수 경찰청장이 '국민정서상 시기상조'라는 의견을 내 빠졌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기존 자전거이용활성화법을 도로교통법에 흡수시키는 효과가 있다. 자전거 이용 규제가 일원화돼 사고 예방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일부 자전거 단체들은 법적 규제가 '시기상조'라고 반발하고 있다. 자전거 수송분담률이 극히 저조한 상태에서 법적 규제는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다. 오히려 올바른 자전거 타기에 대한 교육이 더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구자전거타기운동연합 김종석 본부장은 "대구의 자전거 수송분담률은 약 2.5%에 불과한데 10%를 넘기는 시점에 법적 규제를 만들어도 늦지 않다"며 "자전거 인프라가 전혀 없는데도 단속만 한다면 자전거 활성화 분위기는 없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자전거 왕국'으로 불리는 일본에서는 음주운전 금지는 물론이고 건널목 일시정지, 휴대폰 사용금지, 우산 들고 운전금지, 두 사람 탑승금지 등 법규를 제정, 위반자에게 범칙금을 부과하고 누범자는 '악질(惡質)자전차'로 규정하고 있다.

서상현기자 ss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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