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이중 결혼

한 남자가 한 여자를 만나 사랑으로 백년해로하는 것이 결혼이다. 그러나 세상에는 사랑과 관계없이 치러지는 희한한 결혼이 많다. 약탈혼, 매매혼에 함께 나누는 정도에 따라 모녀공부제에 부자공처제, 형제공처제까지 다양하다.

지난달 나이지리아의 한 남자가 86명의 아내를 가졌다는 이유로 지역사회에서 추방될 위기에 몰리자 82명의 아내와 이혼하는 초유의 이혼기록도 있었다.

아내를 함께 공유하는 공처제의 대표적인 나라가 티베트이다. 여자가 다섯 명의 남편을 둘 수 있다. 다큐멘터리 '차마고도'에 나오는 이들 남편들은 대부분 형제들이다. 맏형이 장가를 들면 남동생들이 형수와 결혼하는 식이다.

그러나 일처다부제는 여자들이 일생동안 25회 이상은 출산이 불가능하다는 생물학적 한계 때문에 확산되지 못했다. 인류의 0.5%만이 채택하고 있을 뿐이다. 다만 가문의 재산을 지키기 위한 목적으로 활용된다.

지난해 베를린영화제 금곰상을 수상한 중국 독립영화 감독 왕취엔안의 '투야의 결혼'(2007년)은 내몽골의 황무지를 배경으로 두 번째 남편을 맞는 여인 투야의 삶을 그려 결혼에 대한 우리의 고정관념을 깼다.

러시아의 문호 톨스토이는 "한 상대자와 평생 동안 사랑할 수 있다고 단언하는 것은 한 자루의 초가 평생 동안 탈 수 있다고 단언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우리는 일부일처제가 가장 문명화된 결혼제도라고 믿고 있다. 그러나 일부일처제를 고수하는 문화권은 전체 853개 중에 16%에 불과하다고 한다. 나머지 84%는 남편이 두 명 이상의 아내를 얻거나, 아내가 두 명 이상의 남편을 둘 수 있다.

우리영화 '아내가 결혼했다'가 다음달 23일 개봉한다. 자유로운 연애를 전제로 결혼한 남편에게 아내가 충격적인 고백을 던진다. 사랑하는 남자가 생겼으니, 그 남자와도 결혼하겠다는 것이다. 제2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한 박현욱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이중 결혼을 선언한 아내와 그것을 수용할 수 밖에 없는 남편의 심리를 그려 논란과 함께 이슈를 불러일으킨 소설이다.

'결혼은 미친 짓이다'(2001년)와 '아내의 애인을 만나다'(2006년)에 이어 급기야 불륜을 뛰어넘어 이중결혼을 선언하는 아내는 우리 영화계가 투영하는 우리 사회일까 아니면 영화 속 환상일까.

김중기 문화팀장 filmto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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