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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재학의 시와 함께] 「山夕詠井中月」/ 이규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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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僧貪月色 산속의 스님이 밝은 달빛 탐내어

幷汲一甁中 물 길으며 한 항아리 가득 담아갔지.

到寺方應覺 절에 가면 그제야 알게라

甁傾月亦空 항아리 물 쏟고나면 달빛도 따라 없어질테니.

산중 달빛은 우물 속 물과 오버랩되어 있다. 물 속의 달빛인지, 달빛 속의 수면인지 경계가 없다. 물과 달빛이 섞이고 스미고 삼투하고 헤어진다. 달빛과 물은 서로 외포와 내연을 이룬다. 달빛은 물의 외부이고 물은 달빛의 내면이다. 아니 그 반대도 가능하리라. 물 속에 잠긴 달이야말로 달의 그림자가 아니라 물의 내면이라는 것, 물의 내면이 치솟아 밝아지면서 달이 되었다는 것, 즉 달과 물의 일체감이 그 풍경 속 시인의 마음까지 끌어당겨 그 셋이 물아일체의 경이를 만든다. 이후 수많은 물과 달의 시가 나왔지만 근대 이전의 경우 이규보의 '山夕詠井中月'을 뛰어넘기란 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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