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성병휘의 교열 斷想] 담배를 피우는

포스코가 흡연율 제로 기업에 도전한다. 포스코 정준양 회장은 "올 연말까지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는 회사를 만들겠다."며 "담배를 계속 피우는 사람은 나와 함께 가지 못한다."고 선언했다. 혈액검사를 통해 금연 유무를 최종 판정하기 때문에 회사 밖에서 담배를 피울 때에도 발각된다.

대구 중구청도 지난 3월 '담배연기 사라진 걷고 싶은 활기찬 동성로'를 만들기 위해 담배연기 없는 거리를 만들겠다고 선포했다.

몇 년 전부터 빌딩 내 사무실, 술집, PC방, 운동장, 호텔에서 담배를 피울 곳이 없어져 애연가들의 설자리가 더욱 좁아졌다.

흔히 '담배를 피는'으로 표기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담배를 피우는'의 잘못이다.

'피다'는 자동사로 꽃봉오리 따위가 벌어지다, 연탄이 불에 타다, 혈색이 좋아지다, 구름이나 연기가 커지다 등의 뜻이다. "봄이 되었는지 개나리가 활짝 피었다." "사업이 잘 되어 형편이 피었다."로 쓰인다.

'피우다'는 타동사로 꽃·불·연기·아편을 피우다, 일부 명사와 함께 쓰여 재롱·바람·고집·소란·딴청·거드름·고집을 피우다, 냄새나 먼지 따위를 퍼뜨리다는 뜻이다. "철모를 벗어서 모래 위에 엎어 놓고 깔고 앉아 담배를 피웠다." "화물 자동차 한 대가 뿌연 먼지를 피우며 지나갔다."로 쓰인다.

일부 자치단체 공무원들의 잇단 복지지원금 횡령사건이 최근 있었다. 이때 "경제를 살리기 위해 정부가 풀고 있는 돈은 국민들의 피와 땀으로 이뤄진 혈세로,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쓰는 것은 국민들의 엄숙한 명령이다."라는 문장이 신문에 나오자 '혈세'의 표현이 적확한가란 질문을 독자에게서 받은 적이 있다. 1994년 이전 발간된 사전에는 '가혹한 조세'란 뜻으로만 '혈세'를 설명해놨지만 그 이후 사전을 편찬하면서 '소중한 세금'이란 내용을 추가해 놓았기에 앞서의 문장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

지금 나라 안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뿌린 뇌물수수 사건 즉 '박연차 게이트'로 온통 시끄럽다. 전직 대통령을 비롯해 전직 국회의장, 전직 국정원장, 전직 국회의원 등 너무나 광범위하게 연루돼 '높은 사람'의 도덕성에 회의를 느끼게 한다.

우리는 '높은 사람' 하면 먼저 자리를 연상한다. 높은 자리에 앉아야 '높은 사람'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자리가 사람을 높여 주는 시대는 지나갔다. 이제는 사람이 자리를 만드는 시대가 돼야 한다. 어떤 자리에 앉든 '그 자리에 합당한 사람' 즉 도덕성을 갖춘 사람이 지위고하를 가리지 않고 진정으로 크고 높은 사람이다. '높은 사람'이라면 최소한 혈세를 축내지 않는 애국자(?)가 먼저 돼야 하지 않을까.

교정부장 sbh12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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