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 인구만 2천만명인 멕시코시티가 유령도시로 변했어요."
포스코 멕시코사무소 이명학(48·사진) 소장은 29일(한국시간) 기자와의 통화에서 "며칠 새 너무 갑작스레 변한 주변 환경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고 했다.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고 있는 SI 충격으로 멕시코는 공황 상태에 빠졌어요. 학교에 휴교령이 내려졌고 대부분의 상점도 문을 닫아 거리에서 행인을 거의 볼 수 없습니다."
이 소장은 멕시코시티 도심에 위치한 레토르마 대로의 악스텔 빌딩 12층 사무실에서 도심을 내려다보면 너무 한산하다고 했다. "평소 이 일대는 교통 정체가 매우 심한 곳이에요. 그러나 SI가 휩쓸고 난 이후부터는 지나다니는 사람도 드물고 간혹 파란 마스크를 쓴 사람들만 종종걸음으로 걸어갑니다."
그는 "출·퇴근길이 편해졌지만 생활이 너무 불편하다"고 했다. 이날도 3명의 사무실 직원들과 함께 점심, 저녁을 햄버거 등 패스트푸드로 해결했다고 했다. 이 소장은 "문을 연 식당도 테이크아웃 외에는 음식을 팔지 않는다"고 전했다. 그는 "현재 멕시코시티에서 사람이 모이는 곳은 병원과 슈퍼마켓뿐"이라며, "약간의 감기 증상에도 SI 감염이 아닐까 불안해하는 사람들로 병원은 초만원"이라고 했다.
"멕시코 사람들은 처음 만난 사람과도 포옹하고 볼에 입을 맞출 정도로 정열적입니다. 그러나 이번 SI사태로 요즘은 악수하기도 꺼릴 정도예요." 이 소장은 출근하면 사무실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않고, 퇴근 후에도 집에서 꼼짝도 안 한다"고 했다. 그는 "현지 신문과 방송에서 연일 바이러스가 공기를 통해 호흡기로 전염된다고 해 될 수 있으면 외출을 꺼린다"며 "아이들과 집사람도 하루종일 집에만 있어 갑갑해한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아직까지 대중교통편이 운행되고 은행, 기업체 등이 문을 닫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전염병 경보 수준이 5단계로 격상할 가능성이 크다는 소식들이 들리면서 시민들이 거의 패닉상태에 빠져 있다"고 전했다. 그는 "한국인 포스코 직원 89명 모두 아직까지는 건강하지만 앞으로가 문제다. 본사에서 며칠 내로 치료약인 '타미플루'를 보낸다고 통보했지만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경우 사무소 폐쇄로까지 이어지지 않을까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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