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는 영양 섭취도, 호흡도 하지 않는다. 이산화탄소와 노폐물을 배출하는 일도 없다. 즉 일절 代謝(대사)를 하지 않는다. 정제한 후 농축하면 무기물처럼 '結晶'(결정)으로 만들 수도 있다. 이렇게 보면 바이러스는 물질이다.
하지만 바이러스는 단순한 물질과 구분되는 근본적 특징을 지닌다. DNA나 RNA를 유전물질로 이용하고 유전정보 복제를 통해 증식한다. 이 점에서 바이러스는 생물이다. 그렇지만 숙주에 기생하지 않고서는 복제를 못 한다는 점에서 여타 생명체와는 또 다르다. 그래서 바이러스의 기원을 두고 기존 생물의 유전정보의 일부가 증식 능력을 획득해서 분리된 것으로 추측하기도 한다.
숙주에 기대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기 때문에 숙주가 죽으면 바이러스도 죽는다. 이런 점에서 바이러스성 질병의 역사는 바이러스와 숙주의 共存(공존)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독성이 너무 강해 숙주를 죽인 바이러스는 사멸한 반면 독성을 약화시켜 공존을 택한 바이러스는 살아남았다. 자이르와 수단 등에서 500여 명의 사망자를 낸 에볼라 바이러스는 감염자만 죽인 뒤 사라져 버렸다. 반면 호주 생태계의 골칫거리였던 야생화된 집토끼 퇴치를 위해 들여온 믹소 바이러스는 그렇지 않았다. 99.8%였던 치사율이 7년 뒤에는 25%로 떨어졌다. 시간이 지나면서 바이러스에 저항성이 있는 토끼와 토끼에 덜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살아남은 것이다. 에이즈 바이러스가 처음 알려졌을 당시 감염자 대부분이 죽었으나 이제는 수명이 5~10년 늘었고 독성이 30~40% 감소한 것도 공존의 모색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인간과 공존을 경험하지 않은 바이러스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한 바이러스의 출현은 다분히 인간의 환경 파괴에 기인한다. 에볼라 바이러스는 아프리카 밀림 속 어떤 숙주 속에 잠자고 있다 남벌과 개간으로 갑자기 인간 속으로 침투해 왔다는 것이 정설이다. 바이러스는 현란한 변이 능력 때문에 완전 퇴치는 불가능하다. 백신 개발이 한계에 부딪히고 있는 이유다. 결국 공존하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다. 그 열쇠는 환경 보존이다.
신종플루가 유럽을 제외한 한국'멕시코'미국 등에서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다. 안심할 단계는 아니지만 일단 한숨이 놓인다. 신종플루도 인간과 공존을 모색하고 있는 것인가?
정경훈 논설위원 jghun31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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