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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입학사정관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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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부 때 '실록 교육정책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입제도는 해방 이후 16차례 바뀌어 평균수명이 3년 10개월에 불과했다. 그 원인을 정부 측 저자들은 '교육 외적' 동기로 분석했다. 역대 정권이 정당성을 확보하는 수단으로 교육개혁을 선택했고, 그 중 국민의 관심이 가장 높은 대입제도가 가장 먼저 수술대에 올랐다는 것이다.

그럴듯해 보이지만 순순히 동의하기는 어렵다. 대입제도는 고교 교육과정 변화와 맞물려 돌아가므로 정권이 바꾸고 싶다고 마음대로 흔들 수 있는 게 아니다. 2002~2007학년도 대입제도의 골간이 김대중 정부 시절인 1998년에 마련됐고, 2008학년도 이후 대입제도 개편안이 노무현 정부 때 논의된 사실만 봐도 그렇다. 올 들어 관심이 뜨거워진 입학사정관제 역시 이명박 정부의 작품이 아니라 2004년 발표된 것이다.

입학사정관제가 공교육 정상화의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난무하지만 이 역시 의심스럽다. 역대 대입제도 개편 때 나왔던 방안들은 3, 4년 뒤면 어김없이 공교육 정상화의 '공적'으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수능이 그랬고, 내신이 그랬고, 논술과 심층면접이 그랬다. 입학사정관제 역시 예외로 빠지기는 힘들어 보인다.

그런데도 정부와 대학들이 몇 명 뽑지도 않는 입학사정관제를 만병통치약처럼 떠드는 건 제각기 속내가 있다는 의미다. 대학들은 잠재력 있는 학생을 뽑겠다는 염불보다 교과부 재정 지원이란 잿밥에 침을 흘리는 형국이다. 입학사정관제를 단박에 이슈로 만든 카이스트조차 학부 정원을 늘리려는 속셈이 엿보인다.

정부도 사교육에 짓눌린 국민들을 달래는 데 잠시 써먹을 패를 쥐었다는 의미 이상은 두기 어려울 것이다. 1920년대부터 입학사정관제를 운영해 온 미국에서도 4년제 사립대 입학생 4명 가운데 1명꼴로 사설 컨설팅을 받았다는 현실이 엄연하니 말이다.

엊그제 대학교육협의회가 입학사정관제 공통전형 4단계 예시안을 발표했다. 지난 60여 년 동안 대입제도 변화에서처럼 힘 없고 돈 없는 서민들 걱정이 생긴다. '전형요소를 갈수록 복잡하게 만들 것, 그리하여 수능과 내신, 심층면접과 추천서 등 모든 요소에 강한 팔방미인이 가장 유리하게 만들 것, 그에 따른 수혜자는 언급하지 말 것.'

김재경 사회1부 차장 kj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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