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후 찾아간 김병수(85·대구 달서구 상인동) 할아버지의 서재는 매일신문 창고였다. 할아버지는 이곳을 '보물창고'라고 말한다. 할아버지가 지난 40년 동안 모은 기사 스크랩북이 보물이다. 1970년 매일신문과 처음 인연을 맺은 할아버지가 나름의 방식으로 분류한 스크랩북에는 한국 현대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김 할아버지가 스크랩을 시작한 건 새마을운동이 본격화한 1972년. 스크랩북 맨 첫 장의 기사가 바로 '지붕개량 환경개선사업 계획 72~76'이었다. 김 할아버지는 "그전까지는 단순한 독자였는데 새마을운동을 계기로 매일신문을 아이들의 교육용으로 활용할 생각을 하게 됐다"며 "유난히 역사서를 좋아하는 성격도 한몫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시작한 신문 스크랩이 지금은 주제별·인물별로 50권이 넘지만 권수는 여전히 늘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49재가 지나면 서거와 관련된 스크랩북이 완성된다. '09 김연아 세계신기록'도 눈에 띄는 스크랩이다.
신문 스크랩은 김 할아버지의 일상이다. 매일 오전 3시30분쯤 일어나 매일신문 사설과 칼럼 가운데 하나를 골라 세필 붓으로 옮겨쓴 뒤 자신의 감상을 두세 줄 덧붙인다. 그렇게 손수 쓴 다이어리만 수십 권이다. 매일신문과 라이프매일에 나온 고사성어나 사자성어를 세필로 옮겨 손녀는 물론 이웃에게 나눠준 적도 많다. 기사를 읽을 때는 한 손에 빨간 색연필, 다른 손에 확대경을 든다. 1면부터 사설이 있는 마지막 면까지 하나의 기사도 허투루 읽는 법이 없다.
김 할아버지는 지역신문을 평생 지지해 왔다. '지역의 소식은 지역지에서'라는 신념에서다. 지역의 가치를 대변할 뿐만 아니라 마음을 수양하는 도구가 바로 지역신문이라는 게 할아버지의 변함없는 생각이다. 그 때문에 점점 신문을 읽지 않는 요즘 세태에 대해 안타까움을 보였다. "아무리 세상이 변해도 신문은 생활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야. 반드시 읽어야만 마음의 양식이 되는 것이지."
매일신문 40년 독자로서 김 할아버지는 "매일신문이 지역 사회에서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해줘야 지역이 다시 예전의 영화를 찾을 수 있다"며 신문 제작에 더욱 세심한 배려를 당부했다.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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