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형오發 국회 개헌 논의 급물살 타나

제헌절 경축사 '개헌특위' 구성 제의

김형오 국회의장이 17일 헌법 개정을 위한 '국회 개헌특별위원회' 구성을 제의, 개헌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여야 정당은 물론 이명박 대통령,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등 주요 인사들도 개헌 논의에 긍정적 입장을 나타내 실제 개헌이 언제, 어떤 방향으로 이뤄질지 관심을 끌고 있다.

◆김형오 국회의장=김 의장은 개헌론자다. 국회의장 취임 일성으로 개헌론을 끄집어냈다. 그는 결국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제헌 61주년 기념식 경축사에서 개헌을 정식 제안했다. 그는 "우리는 지금 반드시 완수해야 할 역사적 과제 앞에 서있다"며 "대한민국의 대도약과 선진국 진입을 위해 22년 전 개정된 헌법을 새롭게 바꾸는 일"이라고 했다. 개헌 방향으로 ▷새로운 국가비전을 제시하는 '선진헌법' ▷권력분산으로 견제와 균형에 충실한 '분권헌법' ▷국회가 중심이 돼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국민통합헌법' 등 3가지를 제시했다. 개헌 시기는 18대 국회 전반기로 희망했다. 내년 6월 지방선거 이전에 새로운 헌법안을 마련해 국회 의결과 국민투표 등 절차를 끝내자는 것이다.

◆청와대=청와대는 17일 국회에서 개헌 논의가 재부상하고 있는 것과 관련, "개헌은 국회에서 논의할 사안"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개헌의 필요성에 원칙적으로는 공감하지만 국회에서 정파 간 의견이 조율된 뒤에 논의에 참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현 시점에서 개헌공론화가 이뤄지고 있는 데 대해 민주당 등 야당이 순수성을 의심하는 상황이라 청와대가 전면에 나설 경우 자칫 엉뚱한 방향으로 흐를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도 국회에서 이뤄지고 있는 개헌 논의에 대해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이 대통령은 17일 "개헌은 국가 백년대계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며 국민적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면서 "국회는 다양한 민의가 수렴되는 장인 만큼 개헌에 관한 논의가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고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을 치르기 직전인 2007년 11월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개헌에 관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 대통령은 당시 "헌법 개정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 권력구조만 갖고 헌법을 개정하는 것보다 21세기에 맞게 남녀동등권이나 환경 문제 등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박 전 대표는 이달 초 몽골을 방문한 자리에서 '4년 중임제'에 찬성하는 입장을 밝혔다. 박 전 대표는 개헌 논의에 대한 질문을 받고 "4년 중임제라는 입장은 이미 밝혔다. 변함이 없다"고 했다. '분권형 대통령제'에 대해서는 "우리가 헌법에 있는 정신을 제대로 잘 지켜나가고 있는가부터 생각해야 한다. 당헌·당규도 만들어놓고 안 지키면 소용 없지 않나"라고 했다. 박 전 대표는 결국 개헌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고, 방향은 대통령 4년 중임제가 돼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셈이다.

◆정치권=여야 각 정당은 개헌 논의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나 여야가 대치하고 있는 지금의 상황은 넘겨 놓고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들을 보였다. 한나라당 장광근 사무총장은 "시국이 어수선해 개헌 특위 구성이나 개헌론에 대한 문제 제기가 과연 적절한지 생각해 봐야 한다"며 "개헌 논의가 본연의 의미를 잃어버리고 다른 측면에서 논의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김정훈 원내수석부대표는 "국회의원들은 기본적으로 개헌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면서도 "국회가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단 한 고비를 넘겨 놓고 논의가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도 개헌 논의에 대해서는 찬성하면서도 국면 전환용이란 의구심을 갖고 있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시민사회나 전문가 집단에서 국민적인 공감대를 만들어 낼 연구가 제대로 진행돼야 하며, 민주당도 이른 시일 내에 깊은 연구를 할 것"이라고 했다. 우윤근 원내수석부대표는 "개헌의 필요성은 절대 공감한다"고 전제, "다만 개헌할 분위기가 형성되지 않았다"면서 "여야가 극도 냉각돼 있고 여권이 미디어법을 날치기 처리하려는 상황에서 국면 전환용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자유선진당 이명수 대변인은 "개헌의 필요성에는 전반적으로 공감하지만 시기는 못 박지 말고 정치권과 국민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충분한 사전 준비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지방분권형 개헌 필요=한나라당의 대표적인 지방분권론자인 김성조 정책위의장은 "지금도 우리 헌법에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의지가 포함돼 있다"면서 "만일 개헌을 한다면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의지를 더욱 분명히 명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개인의견'이라고 전제, "현행 헌법에는 균형발전 그 자체가 목적으로 명시돼 있지는 않다"며 "이런 부분을 확실하고 구체적으로 표시할 수 있다면 개헌에 찬성한다"고 했다. 이어 김 의장은 "비수도권 의원들도 지방의 자율과 다양성을 보장하고 중앙과 지방의 역할과 기능을 명확히 하는 부분에 대해 공감할 것"이라고 했다.

최재왕·서명수·이상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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