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여름방학 특별한 체험학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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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2009학년도 농업생명과학 체험활동'에 참가한 중학생들이 23일 오전 대구자연과학고에서 농기계 운전 등 다양한 실습을 하고 있다.(제빵실습, 토피어리 제작 실습) 사진-'2009 동부 창의성 과학 캠프'에 참가한 학생들이 23일 오후 경북대 제1과학관 강의실에서 열린 '과학자와의 만남' 시간에 과학에 대한 궁금증을 쏟아냈다.

신나는 여름방학이다. 갑자기 넘쳐나는 시간을 주체하지 못하는 학생들도 있는 반면, 일찌감치 야외, 혹은 도서관 등에서 알차게 방학을 시작한 학생들도 있다. 방학 초기에는 체험학습 프로그램이 많이 진행된다. 이런 체험프로그램은 학기 중에는 경험하지 못하는 다양한 삶의 모습과 세상을 이해하고, 교실에서 배운 내용을 교실 밖에서 숙성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며칠 전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독특한 체험학습이 열렸다. 학생들의 호기심과 상상력을 자극시켰던 농촌 및 과학 체험학습 현장을 찾았다.

◆대구자연과학고 '농업체험'

23일 오전 9시 30분 대구 수성구 시지동 대구자연과학고등학교. 농기계 운전실습장에서 앳된 얼굴의 학생들이 신기한 듯 농기계를 살펴보더니 운전석에 올라 탔다. 경운기며 콤바인, 트랙터 등의 농기계를 앞뒤로 운전하며 조작을 하다 보니 뜨거운 햇볕 아래에서도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농약을 살포하는 스피드스프레이어에서 물을 뿜을 때는 탄성까지 터져 나왔다. 변정연(14·성당중 2년)양은 "난생 처음 농기계를 운전했는데, 재미가 엄청나다"며 소감을 밝혔다.

중앙수로에서 하는 물고기 잡기 체험도 인기 만점. 한 쪽에선 물고기를 몰고 다른 쪽에서는 반두로 물고기를 잡아 올리다 보니 학생들은 마냥 신기하다는 표정이다. 따가운 햇살에 물속에 안 들어가려던 학생들도 재미있어 하는 친구들을 보고는 이내 바지를 걷어올렸다. 제빵실습실에서 진행된 제빵 체험도 인기 프로그램. 조그만 손으로 피를 직접 빚어 소를 넣고 모양을 내고 장식을 얹는 모습이 열정적이었다. 친구들이랑 수다도 떨고 장난도 치면서 빚은 미니 밤만쥬는 오븐에서 구워진 뒤 학생들의 입속으로 들어갔다. 오감을 만족하는 흐뭇한 실습. 학생들은 이날 토피어리 곰인형도 만들고, 전지 가위를 들고 직접 가지치기를 하며 수목 관리 체험도 하는 등 자연을 한껏 만끽하고 돌아갔다.

이날은 자연과학고가 대구시교육청과 함께 매년 여름방학에 진행하는 '농업생명과학 체험활동' 셋째 날. 서부·남부교육청 산하 28개 학교에서 250명의 중 2학생들이 도심 한 복판에서 농업 관련 현장 체험을 한 자리였다. 이 프로그램은 '농업생산 현장을 견학하고 체험해 농업의 중요성을 재인식'하는 취지에서 매년 여름방학에 열리고 있다. 올해에는 21~24일까지 동·서·남부교육청 산하 학교에서 1천명의 학생이 참가했다.

참가한 학생들은 보고, 만지고, 보는 것들이 모두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도시에 살다 보니 하루 종일 흙 한 번 밟아 볼 일 없는 학생들에게는 '난생 처음 겪어 보는 일'이었다. 모든 활동이 직접 만지고 작동하고 만드는 점이 매력이다. 누구 하나 붙들고 물어봐도 한목소리로 '재미있어요'라는 대답이 절로 나온다. 배윤진(14·성당중 2년)양은 "재미있다는 친구 말을 듣고 참가했는데 정말 잘한 것 같다"고 했다. 행사 끝날 때마다 하는 설문조사에서도 '아무 것도 모르고 왔다가 너무 좋은 것을 경험하고 느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는 답변이 많이 들어온단다. 성당중학교 김홍주 교장은 "올해에는 '농업도 즐겁다'고 느낄 수 있을 만한 프로그램을 많이 준비했다"고 덧붙였다.

'도시형 농업' 견학을 통해 '농업도 미래에 발전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도 농업생명과학 체험활동의 목적 중 하나이다. 행사를 담당한 이준호 교사는 "자연과학고 체험현장은 가장 가까운 곳에서 쉽게 접할 수 있음에도 그 소중함을 잘 모르는 곳"이라며 "행사에 참가한 학생들이 우리 농산물을 소중히 여기고 선택하게 된다면 성공한 셈"이라고 말했다.

◆대구동부교육청 '창의성 과학 캠프'

"빅뱅이론은 진화론과 비슷해서 그 이전에 대해서는 설명할 수 없습니다. 과학 이론이라고 100%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23일 오후 2시 경북대 제1과학관 120호 강의실. 대구동부교육청이 주최한 '2009 동부 창의성 과학 캠프'에 참가한 중학생들의 질문에 자연과학대학 교수 5명이 친절하게 설명을 하고 있었다. 학생들이 경청하는 모습은 교수들보다 더욱 진지했다. 참석한 학생들은 동부교육청 관내 중학교 2년생 102명. 학교에서 과학 우수학생으로 추천된 이들은 21일부터 3일간 경북대 자연과학대학 연구실과 주변에서 탐구와 체험, 창의를 주제로 다양한 실험과 실습, 체험활동 등을 펼쳤다. 이날은 셋째 날인 '창의의 날'로 경북대 자연과학대학 교수 8명과 함께하는 '과학자와 만남' 시간이 진행됐다.

평소 과학에 관심이 많았던 학생들이어서 다양한 질문이 쏟아졌다. 지구가 자전하는 이유, 빅뱅 이전의 우주, 나로호 발사가 연기된 이유, 체내에 헬리코박터균을 죽일 수 있는 균이 존재하는지 등 여러 분야를 넘나들었다. 학생들은 뜻 깊었던 과학 캠프를 마무리하기 아쉬웠는지 다양한 질문 공세로 1시간 30분의 시간을 알차게 만들었다.

창의성 과학캠프는 대구동부교육청이 2007년부터 경북대 자연과학대학과 함께 진행하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학생들이 학기 중에 하는 과학수업과는 차별화한 수업으로 과학에 대한 관심과 저변을 확대하는 것이 목적이다. 교수들이 직접 프로그램을 개발해 해마다 재구성해 보완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만큼 학생 수준에 맞다'는 것이 장현주 장학사의 설명이다. "학교에서는 그저 막연하게 과학을 좋아하던 학생들이 이 캠프에 참가하고 나면 좋아하는 분야가 생기는 것 같습니다." 이 보다 더 좋은 교육효과가 있을까? 이번에도 8명의 교수들이 물리, 화학, 지구과학, 미생물학 등 총 9개 분야별로 프로그램을 운영해 학생들의 다양한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켜 줬다. 첫째 날 밤에 잡혀있던 별자리탐험은 날씨가 좋지 않아 실패, 학생들은 물론 학부모들에게도 아쉬움을 남겼다. .

진행을 맡은 추연식 교수(생물학부)는 "학생들이 탐구적이고 창의적인 생각을 갖는 기회를 만들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해했다.

참가자들의 반응도 대만족이었다. 수료식에서 손동철 자연과학대 학장이 '수업이 재미있었느냐'는 물음에 학생들은 지체 없이 '예'라며 큰소리로 답했다. 동부교육청 김이균 교육장은 학생들이 캠프 기간 동안 실시한 '100년 후의 모습' 결과물에 대해 "상상력이 풍부하다. 통찰할 수 있는 저력이 있어 보인다"며 학생들을 추켜세웠다.

평소 과학에 관심이 많았다는 박종찬(14·범물중 2년)군은 "학교에서는 이론 위주로 공부를 하는데, 이곳에선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이승호(14·동부중 2년)군도 "다양한 분야의 실험이 기억에 남는다"며 "첫째 날 별자리 보기를 못해 아쉽지만 과학자와의 만남 시간이 너무나 알찼다"고 밝혔다. 딸아이가 참가했다는 학부모 최미자(40·여)씨는 "과학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을 위해 더 많은 기회가 생기면 좋겠다"고 말했다.

추 교수는 "과학에 관심이 많아서 캠프에 참여하고자 하는 학생은 많지만 공간이 부족해서 모두 받아주지 못해 아쉽다"며 "지원이 많이 확대돼 더 많은 학생들에게 기회가 돌아가길 바란다"고 밝혔다.

글·사진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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