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나물에 그 밥' 프로농구 대구 오리온스와 주전 포인트가드 김승현은 팬들 앞에서 이면계약이 없다며 거리낌없이 거짓말을 했고 한국농구연맹(KBL)은 이를 밝히고도 어설픈 뒷처리로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난을 면치 못하게 됐다.
오리온스와 김승현 사이에는 이면계약서가 존재했다. 연봉 협상이 제대로 되지 않아 6월30일 KBL 재정위원회까지 가면서 마찰을 빚었다가 13일 KBL 서머리그 출범 기자 회견 자리에 갑자기 심용섭 오리온스 단장, 김승현이 나란히 나타나 이면 계약 자체를 부인했던 것도 거짓으로 드러났다. 29일 KBL이 오리온스의 이전 단장과 김승현이 부정한 계약을 맺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
그럼에도 심 단장은 여전히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기 바쁜 모양새다. 전임 단장과 김승현 사이의 이면 계약이 있었다 해도 자신은 그 계약서를 인정하지 않았기에 거짓말을 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는 상태. KBL이 공개한 '5년 간 연봉 10억5천만원'이라는 계약을 이행하지 않았다는 것인데 지난 시즌이 열리기 전에도 10억5천만원을 지급하지 않았다고 믿은 이가 얼마나 될까.
부정 행위를 밝힌 이후 KBL의 태도도 어색하기 짝이 없다. KBL은 오리온스에 제재금 3천만원, 김승현에게 18경기 출전 정지와 제재금 1천만원의 징계를 내리면서 2008년 6월까지 부당 거래를 정리(2007년 이사회의 자정 결의 결과)하면 그 이전 문제는 불문에 부치기로 했던 약속을 존중했다고 밝혔다. KBL의 제재 조치도 '국내 선수의 부정한 이면계약에 의한 물의 야기(KBL 상벌 규정 13조5항)'로 인한 것이지, '지정된 연봉 및 보수 이외의 금전 및 대가 요구 또는 지급 수령(규정 5조1항)'을 어긴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오리온스와 김승현이 2008년 7월 이후로는 부당 거래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 KBL의 설명이다. 그러나 이는 설득력이 떨어지는 논리. 2009-2010시즌 연봉 협상에서도 최소 8억5천만원을 받아야 한다고 한 김승현이 2008-2009시즌 연봉 적용 시점인 2008년 7월부터 공식 등록 연봉(5억5천만원)을 기준으로 돈을 받았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오리온스가 2008-2009시즌 김승현에게 연봉을 지급 과정에서 이면 계약 부분은 이전 시즌 연봉 지급 기간인 상반기에 미리 지급했다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KBL은 연봉 총액 상한선인 샐러리캡 위반에 대해서는 제대로 짚고 넘어가지도 않았다. 오리온스가 2008-2009시즌에 김승현에게 공식 연봉(5억5천만원)보다 많은 10억5천만원을 실제로 지급했는데 이는 18억원으로 정해진 샐러리캡을 위반한 것. 설사 KBL의 설명대로 김승현에게 2008년 7월 이후 지정된 연봉과 보수 외에 금전을 지급하지 않았다 해도 팀 전체 샐러리캡 위반 사실은 여전히 남는다.
대놓고 거짓말을 일삼은 오리온스와 김승현도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봐주기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KBL 역시 그 화살을 비껴가기 힘들어 보인다. 이 같은 행태로 어떻게 농구 팬들을 떳떳이 대할 수 있을지 되새겨볼 일이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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