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고추]기능성 고추·이색 고추

◆기능성 고추

고추가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고추 하면 단순히 맵고 붉거나 푸르다는 선입견을 떨칠 수 없다. 하지만 최근에는 고추에 약용 성분을 가미하거나 알록달록한 색깔을 입히는 등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고추의 미래상을 보여주는 '기능성 고추'에 대해 살펴보자.

기능성 고추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당조고추'다. 이 고추는 혈당치 상승을 억제해 당뇨병과 비만증, 과당증 등 각종 성인병을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는 획기적인 고추다. 농업진흥청 원예연구소 등 산학연 기관들이 3년 동안 전세계 1천200여종의 고추성분을 분석해 혈당을 낮추는 AGI성분이 가장 많이 든 고추를 선별해 육성한 것으로 지난해 7월 개발됐다. AGI는 몸속에서 탄수화물의 소화흡수율을 낮춰 혈당 상승을 억제하는 역할을 하는데 당조고추에는 이 성분이 일반 고추에 비해 4배 이상 많이 들어있는 것.

이 고추는 과피색이 일반 고추와 달리 연노란색에서 빨간색으로 변화하는 특징이 있고 매운맛이 적어 파프리카처럼 샐러드나 생식용으로 이용할 수 있다. 현재 일부 백화점이나 온라인으로 판매가 되고 있으며 가격은 일반 고추에 비해 5배 정도 비싸다.

고추가 아닌, 잎에 AGI 성분이 다량 들어있는 '잎 고추'도 있다. 지난해 개발된 것으로 보통 AGI 성분이 잎에 많은 점을 고려해 이 기능을 강화한 것. 일반 고추잎과 똑같이 생겼지만 AGI 성분이 일반 것에 비해 4, 5배 많이 포함돼 있다.

'스타트 07'이라고 명명된 컬러 풋고추는 2007년 농진청에서 개발됐다. 초록색으로 획일화되어 있던 기존 풋고추에 다양한 컬러를 가미해 노란색'하얀색'보라색'오렌지색 등의 풋고추로 변신시킨 것. 이 컬러 풋고추는 현재 전국 지자체에서 시범 재배 중이며 조만간 농가에 보급돼 시중에 판매될 예정이다. 농진청 원예연구소 양은영 연구사는 "요즘 컬러푸드 시대인 만큼 고추도 다양한 색깔을 연출해 소비자들의 다양한 기호에 맞추기 위해 개발됐다"고 말했다.

관상용 고추도 눈길을 끈다. 2003년 영양고추시험장에서 처음으로 개발한 것으로 현재 연고 1호와 2호, 3호, 6호 등 4종이 품종 등록돼 있다. 고추를 먹는 용도가 아닌, 키우는 용도로 개발했다는 것이 이채롭다. 이 관상용 고추는 일반 고추에 비해 작지만 자라면서 붉은색이나 자색, 노란색 등 다양한 색깔로 변하고 알록달록한 꽃도 핀다. 잎에서 자란 고추는 먹을 수는 있지만 청양고추보다 훨씬 매워 식용으로는 맞지 않다. 영양고추시험장 장길수 연구사는 "2003년에 유전자원 수집을 하는 과정에서 고추를 관상용으로 활용할 수 있겠다는 판단에서 개발했다"고 말했다.

◆이색고추

기능성 고추 외에 지역적 특성을 가미한 '이색고추'들도 있다. 이런 고추들의 핵심은 차별화다. 경쟁이 치열한 고추시장에서 튀는 고추를 내놓아 틈새시장을 공략하기 위함이다.

우선 전남 해남의 '남근고추'를 들 수 있다. 이 고추는 '피터 고추'(peter pepper)라는 멕시코산인데 모양이 마치 남근을 닮았다는 해 '남근고추'로 불린다. 이 고추는 주로 관상용으로 키워졌으나 황토 성분이 많은 해남의 토양에서 특히 잘 자랐다. 해남의 한 종묘회사는 이런 결과를 바탕으로 종자를 받아 대량 생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 고추는 씹을 때 약간 맵고 아삭거리는 소리가 나는 것이 특징. 앞으로 몇 년 뒤엔 일반 식탁에 오를 수 있을 예정이다.

녹차로 유명한 전남 보성엔 '녹차고추'가 생산된다. 고추를 재배할 때 녹차 추출액에 함유돼 있는 카테킨 성분을 주기적으로 뿌려주면 생육이 좋고 병충해 발생도 줄일 수 있는데 이런 특징을 활용한 것. 이 고추는 일반 고추에 비해 크기와 모양이 균일하며 과육이 풍부하고 아삭아삭 씹히는 맛이 좋다. 가격은 일반 고추에 비해 20~30% 비싸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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