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땐 싸움 잘하는 아이가 되고 싶었다. 20대 땐 세상이 모두 잘못 된 줄 알고 '짱돌' 던지며 살았다. 같은 하늘 아래, 같은 나라에 사는 데 사람들은 너무 달랐다. 나는 피 터지게 싸우는데 몇 발짝만 걸어가면 사람들은 다정하게 손잡고 산책하고 있었다. 납득할 수 없는 세상이었다. 평화로운 얼굴로 다정하게 걷는 그들은 누구인가, 피맺힌 고함을 질러대며 절규하는 나는 또 누구인가.
30대 어느 날 문득 다른 세상이 보였다. 더럽다고 생각한 대한민국이 너무나 위대해 보였다. 충실히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평화로운 얼굴들이 참으로 아름답게 보였다. 나 자신도 그 거룩한 일상에 들어가고 싶었다. 그래서 '성실한 생활인'이 되고자 고군분투했다. 40대가 되면서 근거를 알 수 없는 허전함을 느꼈다. 가슴 속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10가지가 넘는 업종을 전전했다. 평온과 조화를 잃어버린 삶, 이기적 욕망과 이상을 좇아 살던 날들…. 어느 날 문득 깨달았다. 나는 떠난 곳도 목적지도 없는, 표류하는 배였다.
1979년 박정희 대통령 시해, 1980년 5'18, 6월 항쟁, 1989년 친구의 분신, 시위, 사랑, 공감과 이해…. 성장기는 자라는 아이들에게 국한된 시기가 아니다. 이 소설은 1960년대 생으로, 1980년대 대학 시절을 보낸 '386의 성장소설'이다. 306쪽, 1만원.
조두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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