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성병휘의 교열 斷想] 조직을 추스르는

김준규(54'사시 21회) 전 대전고검장이 8월 20일 검찰총장에 취임함으로써 장기간에 걸친 검찰총장 공석 사태가 일단락됐다. 이에 앞서 법무부는 10일 검사장급 이상 검찰 고위간부에 대한 승진 및 전보인사를 발표, 7월 14일 천성관 총장 후보자의 낙마로 야기된 지휘부 공백 상태는 해소됐다. 이제는 신임 김 총장이 상처받은 검찰을 추스르는 게 숙제로 남았다. 김 총장은 천성관 총장 후보 지명으로 인해 대전고검장에서 사퇴한 지 25일 만에 총장 후보로 복귀,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 총장에 임명된 만큼 일단은 잇단 악재로 동요해 온 조직을 추스른 뒤 본격적인 개혁 작업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조직에서 제일 중요한 건 나 자신이다. 누가 나를 어떻게 하기 전에 가장 먼저 생각해 봐야 할 것은 바로 나의 생각이다. 나 자신부터 생각을 바꾸면 행동이 바뀌고, 행동을 바꾸면 습관이 바뀌고, 습관을 바꾸면 성품이 바뀌고, 성품을 바꾸면 운명이 바뀌기 때문이다.

"조리를 추스러서 쌀을 일다." "바지춤을 추스러 입다." "제 몸 하나 제대로 추스리지 못할 만큼 쇠약해지다."

'추스르다'는 물건을 가볍게 들썩이며 흔들다, 물건을 위로 추켜올리다, 몸을 가누어 움직이다, 일을 잘 수습하여 처리하다란 뜻이다. '추스르다'를 '추슬리다'로 생각하여 활용을 잘못 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추스르다'는 '추스르니-추슬러'로 활용한다. 그러므로 앞서 인용한 문장에 나오는 '추스러서' '추스러' '추스리지'는 '추슬러서' '추슬러' '추스르지'의 잘못이다.

'추스르다' '추스리다'와 같이 '거스리다'도 '거스르다'의 잘못된 표기이다. '거스르다'는 자연의 뜻이나 남의 뜻을 거역하거나, 남의 마음을 언짢게 하거나 기분을 상하게 하는 것이다. '거스르니-거슬러'로 활용한다.

국립국어원과 한국웅변인협회가 8월 초 싱가포르에서 공동 개최한 제14회 세계한국어웅변대회에서 이형삼(41'광운대 신문방송대학원) 씨가 '명품 한국어'라는 제목의 연설을 해 대회 최고상인 대통령상을 받았다. 그는 "한글은 자음과 모음의 간단한 조합만으로 영어보다 쉽고 빠르게 통신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이 IT 강국이 되는 원동력이 됐다"면서 "21세기 디지털 시대의 최고 히트 상품인 한글을 지구촌에 보급하자고 강력히 제안한다."고 말했다. 자기 나라의 고유 문자로는 휴대전화나 컴퓨터 자판에 변환이 느려 알파벳을 응용하는 중국이나 일본, 프랑스에 비해 한글은 간단해 한국이 IT 강국으로 도약하는 기반이 됐다고 이 씨는 설명했다.

우리말 지킴이로서 그가 '명품 한국어'라는 연설에서 강조한 이 말이 가슴 깊이 각인된다. "한국어 교사를 더 양성하고, 소수민족이 살고 있는 곳에 파견해 한국어를 보급해야 합니다. 한국어의 명품화가 필요합니다."

교정부장 sbh12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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