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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재학의 시와 함께]微熱 / 사이토우 마리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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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에게서 사람에게로 옮는 병이 있다. 땅에다 깊이 뿌리 박으면서 하늘을 날고 싶다는 병에 걸리는 이가 있다. 몸통을 쪼개 갖고 자기 나이테를 보고 싶어지는 병이 있다. 자기 몸에다 많은 새들을 앉게 하고 싶어지는 병. 잎사귀 수만큼의 눈빛들을 살랑거리며 서 있고 싶다는 병. 거기에 서고 싶다는 병. 같은 데에 날마다 새롭게 기다리지 말고 늦지도 말고 서 있고 싶다는 병.

사이토우 마리코의 시집 「입국」은 여러모로 충격적이다. 일본인이 한국에 와서 한국어를 배워서 시집을 출간했다. 그리고 그 시집의 시편들이 우선 시인들을 놀라게 했다. 원래 그녀가 시인이었기에 우리말의 감각 속에 빨리 도달한 것이 아닐까.

「微熱」은 쉽게 읽히고 깊이 생각하게 한다. 나무에게서 사람에게로 옮는 병에 대한 병렬이다. 병이니까 미열이 생기는데 그건 사이토우 마리코의 섬세함의 다른 표현이다. 섬세함이라도 우리와는 다른 외래인의 섬세함이다. 예컨대 무덤은 삶 위에 표면장력으로 버티고 있다라고 묘사한 섬세함이다. 고 고백한 사이토우 마리코. 시집 「입국」에는 나무에 대한 성찰이 여기저기 뿌리내리고 있다. 나무와 사람, 사람과 나무 사이의 간격에 대한 이야기들이 매혹에 가깝다. 가끔 펼쳐보는 그 시집 속의 나라에 살면서 「입국」의 원주민으로 나를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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