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가 실물경제에 미친 여파가 심각했다. 올해 은행빚을 갚지 못해 경매 시장에 나온 공장, 집이 외환위기 이후 최대 물량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대구은행의 경우 채권을 회수하지 못해 경매를 넣은 물건 총액이 지난달 1천억원을 넘어섰다. 대구은행은 외환위기 이후 최대 금액이라고 밝혔다.
대구은행이 올 들어 이달 말까지 경매를 신청한 물건을 조사한 결과, 모두 268건에 신청액이 1천125억2천900여만원에 이르렀다.
195억원의 채권이 회수되지 않은 영남건설이 경매신청액 기준으로 최대 사업장이었고 제조공장 중에서는 경산 자인의 부원금속이 56억원의 경매신청액을 기록, 제조업체 가운데서는 가장 덩치가 컸다.
경매 신청은 금융위기가 터진 지난해 9월부터 폭증, 급등세를 보여왔다.
대구은행의 경매 신청 건수는 지난해 8월 18건이었지만 9월 28건으로 늘어난 뒤 10월 30건까지 올라갔고, 올 3, 4월에는 각각 48건, 44건까지 늘어나면서 심각한 지경에 빠졌다. 올 5월 29건으로 감소세를 보이더니 6월엔 다시 43건으로 급증했다가 7, 8월에는 각각 27건과 20건으로 진정 국면을 보였다.
중소기업 대출이 많은 기업은행도 외환위기 이후 최대의 경매 신청을 한 것으로 집계됐다.
기업은행 대구경북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1년 동안 102건(868억원)의 경매 신청을 했지만 올해는 지난달 말 100건을 돌파한데 이어 이달 20일 기준으로 105건까지 올라갔다. 기업은행은 대구경북에서 경매를 넣는 물건이 올해 최소 140건에 이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전재갑 기업은행 대구경북본부장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전이, 기업들이 큰 어려움을 겪었다.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부도 건수가 아니라 경매 건수를 보면 실물 지표가 어떤지를 가장 잘 들여다볼 수 있다. 경매 건수가 외환위기 이후 최대치로 올라설 만큼 제조업 현장이 큰 위기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부동산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전국에서 모두 3천657건, 1조1145억원어치 공장이 경매에 나왔다. 지난해 같은 시기(2천693건)보다 건수 기준으로 36%나 늘었다. 경매가 진행 중인 물건 금액도 지난해(9천259억원)보다 급증했다.
이런 가운데 올 하반기로 들어서면서 경기는 다소 회복기미를 보이고 있다. 경매 신청이 다소 줄어들고 있고 매각가도 높아지고 있는 것.
지지옥션 조사결과, 연초 감정가의 절반가격(55.7%)에 팔리던 물건이 9월 감정가의 70%선에 팔리는 등 매각가율이 다소 높아졌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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