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오미정의 별의 별이야기] 첫 앨범'리인게이징'발표한 이의정

두번째 인생,모든게 새로워요

이의정(34)이 돌아왔다. 탤런트로, 가수로 종횡무진 방송가를 누볐던 끼 많은 엔터테이너는 2006년 갑작스러운 뇌종양 진단으로 생사를 오갔다.

그러나 기적이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게도, 이의정은 병마를 이겨냈다. 그리고 방송가로 돌아왔다.

이의정은 일단 가수로 컴백했다. '제2의 삶'을 살고 있는 이의정은 '다시 약속하다'라는 뜻의 '리인게이징'(Reengaging)을 앨범 제목으로 했다. 그간 2인조 여성 그룹 '엘모너' 멤버, 그룹 '베티' 객원멤버로 가수 활동을 한 적은 있지만 자신의 이름을 건 앨범을 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 함께 일하는 매니저가 5년 전에 제 이름으로 음반을 내고 싶다고 했어요. 그 약속을 지금 지킨 거죠. 제가 매니저에게 '돈을 못 벌 수도 있다'고 했는데, 매니저는 괜찮대요. 그냥 내가 건강하다는 것을 보여주자며 파이팅했죠."

앨범 프로듀싱은 유진의 '차차' 등을 작곡한 지국현이 맡았다. 수록곡 3곡은 모두 지국현이 작사, 작곡했다. 이의정 역시 작사에 참여했다. 이의정은 지국현에게 혹독한 보컬 트레이닝도 받았다.

"지국현 작곡가에게 곡을 받을 때 참 미안했어요. 가창력 있는 가수들이 많은데 나에게 곡을 주는 게 부담스러운 일일 것 같아서요."

타이틀곡인 '윤선수'는 일렉트로닉 사운드의 클럽 댄스곡이다. 좋아하는 남자에게 제대로 말도 못 거는 여자의 얘기를 중독성 있는 멜로디에 담았다. 현재 이의정은 안무가 곁들여진 댄스와 함께 '윤선수' 무대를 꾸미고 있다.

"오랜만에 춤을 추려니까 힘이 드네요.(웃음) 인대도 늘어나고 근육도 결리고 몸이 성칠 않아요."

다른 수록곡인 '좋아좋아'는 빠른 비트의 댄스곡. 이의정이 7세 연하의 남자친구인 신창엽씨를 생각하며 지국현과 함께 가사를 쓴 곡이다. '하늘아 도와줘'는 이의정 자신의 투병기를 바탕으로 한 스윙 발라드 장르의 노래다.이의정이 이번 앨범을 내기까지는 남자친구 신창엽 씨의 응원이 큰 도움이 됐다. 사업 파트너에서 연인으로 발전한 신씨와 이의정은 벌써 3년간 교제를 하고 있다. 이의정은 "지난주 남자친구와 대부도에 다녀왔다"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교제한 지 오래 된데다 이의정의 나이가 적지 않은 만큼 결혼 생각이 있는지 물었다.

"아프고 난 후에는 결혼이 그렇게 절실하지 않네요. 좀 이기적인 생각일 수 있지만, 내 인생도 짧은데 소중한 시간을 남을 위해 쓰기가 싫어졌어요. 그런데 지금의 남자친구와는 친구처럼 지내니까 부담이 없죠. 일하고 즐기기에도 시간이 모자라요. 하고 싶은 일을 다 한 후에는 결혼을 할 것 같아요."

이의정은 2006년 투병 생활 이후 많은 부분에서 바뀌었다. 3개월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았던 당시의 얘기를 담담히 털어놓는 이의정에게서 삶에 대한 관조가 느껴졌다.

"막상 죽음을 목전에 두니까, 이상하게도 모든 것을 받아들이게 되더라고요. 이 정도면 많이 살았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마음이 편안했어요. 그런데 부모님보다 먼저 가게 될까봐 미안했죠. 제가 오히려 엄마를 위로했는걸요."

이의정은 당시 얻게 된 긍정적 마인드로 지금을 살고 있다.

"투병 생활 이후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인생 편하게 살자'는 마음을 갖게 됐죠. 긍정적인 생각이 사람을 건강하게 하는 것 같아요. 삶을 정리할 때에는 모든 게 혼자더라고요. 돈도 아니고, 친구도 아니고, 그냥 혼자였죠. 살아가며 추억을 남기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죽음을 목전에 둔 사람의 마음을 누가 쉽게 이해할 수 있을까. 이의정 역시 "경험해보지 않으면 제가 하는 말을 다 못 알아들으실 것"이라며 조근조근 말을 이어간다.

"남에게 해를 끼치지 말고, 나 편하게 살고, 항상 좋은 것을 마음에 많이 담아둬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이의정은 투병 시절의 얘기를 하며 취재기자들에게 바람 하나를 전했다. 죽음을 취재하거나 병마에 고통 받고 있는 사람을 취재할 때에는 조금 더 경건한 마음으로 접근해줬으면 한다는 것이다.

"얼마 전에 고(故) 장진영 씨의 빈소에 다녀왔어요. 장진영 씨의 죽음도 너무 슬펐지만 빈소에서 취재 경쟁을 펼치는 취재진 때문에 더 마음이 아팠어요. 한 장의 사진, 한 신의 화면을 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곳이 빈소라는 사실을 취재진들이 잊지 않았으면 해요." 이의정이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자신의 경험 때문이기도 했다.

"제 병세의 심각성을 알게 된 것은 아이로니컬하게도 기사를 통해서였어요. '이의정 뇌종양'이라는 기사를 병실에서 보고 큰 충격에 빠졌죠. 가족들은 쉬쉬했던 얘기였는데 기사를 통해 제가 알게 된 거죠."

기사가 나간 후 취재진들은 계속 병원에 찾아 왔다. 이의정은 그들에게 '치료는 좀 하게 해 달라'고 하소연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방법이 없었다.

"저는 그때 '어차피 죽게 되는 것, 차라리 집에서 죽겠다'는 생각까지 했어요. 병원에서 여러 취재진들의 취재거리가 되느니 차라리 집에서 조용히 생의 마지막을 맞고 싶다는 생각까지 했던 거죠."

생의 마지막을 생각하던 그녀가, 지금 무대에 있다. 너무나 건강한 모습으로 행복을 전하고 있는 것이다.

이의정은 지금 '제2의 삶'을 살고 있다고 했다. 이번 음반은 두번째 인생의 첫 음반이고, 남자친구 신창엽씨는 두번째 인생의 첫사랑이다. 모든 게 새롭게 다가온다는 그녀다.

"부모님도 첫사랑과 결혼을 하셨는데, 저에게도 지금의 남자친구가 두번째 인생의 첫사랑이니 결혼을 하게 되면 가풍을 따르는 것이 되네요."

이의정은 34년 인생 중 20년을 함께했던 '연기'를 앞으로도 계속 할 생각이다. 그는 "조만간 드라마를 통해 시청자를 만날 계획"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번 연기도 이의정에게는 두번째 인생의 첫번째 연기가 된다. 건강한 모습으로 두번째 인생의 막을 연 이의정, 그녀의 컴백이 반갑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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