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맞아 한국에서 받은 사랑을 조금이나마 돌려드립니다."
30일 오후 2시, 대구 동구 어린이재단 대구종합사회복지관. 다소 어눌한 손놀림이지만 송편빚기가 한창이었다. 한국으로 온 지 짧게는 1개월에서 길게는 5년 정도 된 다문화가정의 며느리 15명과 한국건강관리협회 대구시지회 자원봉사자 등 30여명은 삼색의 송편을 상 가득 늘어놓고 있었다. 조리실에서는 삼색 나물을 삶느라 자원봉사자들이 분주히 움직였다.
복지관에서 한글과 한국문화를 배우는 결혼이민여성들의 모임인 '다문화 꿈' 회원들이 "힘들 때 도와 준 이웃들의 사랑에 조금이나마 보답하겠다"며 쓸쓸한 명절을 보낼 인근 홀몸노인들을 위해 이날 '일일 며느리'를 자처하고 나선 것이다.
여러 나라의 주부들이 모인 만큼 송편 모양은 제각각이었다. 자원봉사자를 따라 반달모양, 손가락 모양을 찍은 송편을 만들기도 했지만 이내 자신만의 솜씨를 발휘해 별별 모양의 송편을 만들었다.
중국 출신의 문리쥐연(33)씨는 "할머니 할아버지께 제가 만든 솜씨를 자랑할 것"이라며 물고기, 토끼, 별 모양의 송편을 만들었다. 베트남에서 시집온 김두임(30)씨는 "한국에 온 지 3년째이지만 송편을 만들어보기는 처음"이라며 "송편을 빚는 일이 꼭 만들기 놀이 시간 같아 재미있다"고 했다.
2시간여 동안 송편을 만든 후에는 각자 팀을 나눠 인근의 홀몸노인들을 찾았다. 갑작스러운 손님의 방문에 할머니들은 잔뜩 신이 난 얼굴이었다. "우예 이래 예쁘게 만들었을꼬"하며 베트남 새색시가 먹여주는 송편을 입안 가득 넣었다. 신모(82)·박모(83·동구 안심동) 할머니는 한껏 들떠 답례로 노래 한 곡조를 뽑았다.
신 할머니는 "먼 한국땅에 와 사는 것도 힘들텐데 이렇게 노인네를 찾아 노래도 불러주고 어깨도 주물러 주니 정말 고맙다"며 "덕분에 기분 좋은 추석을 보낼 수 있게 됐다"며 함박웃음을 보였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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