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억만장자와의 만남
Ellie에게서 갑작스레 연락이 왔다. 지난번 내게 신세진 일로 저녁을 사주겠다는 것이다.
나는 기쁜 마음으로 수락하고 약속을 잡았다. 약속 당일, 이미 예약해둔 곳이 있다며 나를 데려갔다. 그곳은 고급스런 터키 레스토랑이었다. 이름은 Turkish kitchen.
입구에는 맛집 정보지로 유명한 ZAGAT스티커가 붙어 있었고 기다랗고 높은 벽 한 모퉁이에는 여기저기서 받은 상들이 전시돼 있었다. 한눈에 보아도 고급스러운 목조 인테리어와 레스토랑의 품격을 대변하는 듯 말끔한 차림의 웨이터들이 인상 깊었다.
우리가 안내받은 자리는 모 나라 대통령과 유명한 배우가 앉았던 자리라는 말을 듣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런 레스토랑은 사실 예약 자체가 힘들고 이런 좋은 자리는 더더욱 인맥 없이는 앉기 힘들다는 걸 어렴풋이 들어 왔기에 계속 어리둥절한 표정을 보였더니, 친구가 이 레스토랑 사장 ILGAR와 잘 아는 사이라고 한다.
ILGAR는 현재 미국에 주유소를 약 380여개 가지고 있고 각종 부동산 관련 일을 하며 맨해튼의 한 블록을 통째로 소유하고 있는 뉴욕 50대 부자라고 한다.
내 친구는 그를 어떻게 알았을까.
예전 이 건물 3층에 세들어 살던 Ellie. 세들어 살던 집에 냉장고 문이 고장나서 연락처를 구한다는 것이 ILGAR의 연락처였단다. 그의 정체를 몰랐던 Ellie는 세입자의 권리를 행사했고, ILGAR는 마음씨 좋은 옆집아저씨처럼 냉장고를 고쳐 주었다. 게다가 직접 쥐를 네 마리나 잡아 주었다고 한다. 그렇게 인연이 닿아 지금은 좋은 친구로 지낸단다.
사장님의 특별한 배려로 우리의 잔에는 마르지 않는 샘물같이 마가리타가 채워지고 멋진 코스요리까지 즐길 수 있었다. 식사가 끝나갈 즈음 사장 ILGAR는 우리 테이블에 합류했다. 과연 뉴욕의 부자들은 어떨까. 무척 궁금했다.
그는 여느 터키 사람들과 비슷한 영어 악센트를 가졌고 무척이나 소탈했다. 우리와 즐겁게 대화하면서도 늘 식당 상태를 날카롭게 살피며 이런저런 지시를 하는 모습에 우리는 또 한번 감탄했다. 그를 통해 성공하는 사람들의 습관을 엿볼 수 있었다.
우선 그는 잠을 거의 자지 않는다고 한다. 수면시간이 하루에 1~2시간에 불과하다. 자신이 해야할 일들, 그리고 뉴욕타임스, 터키 현지 신문 등 소식지를 다 읽고 자지 않으면 불편하다고 한다.
돈도 좋지만 건강을 생각해야 하지 않느냐는 나의 말에 그는 웃으며 대답했다. "만일 내가 돈을 위해 이 일을 하고 있었다면 일찌감치 그만뒀을 거야, 난 일을 즐기면서 하는 거지." 진정한 워커홀릭(Workaholic)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딸과 놀아주기 위해 항상 일요일만은 아무 약속도 잡지 않는다고 한다.
일을 중요시 여기며 즐기는 동시에 가족 또한 소중히 생각하는 모습, 큰 부자지만 우쭐하지 않는 옆집 아저씨 같은 편안함이 무척이나 존경스러웠다.
생각해보라. 한 블록을 통째로 소유할 만큼 큰 부자인데다가 주유소가 380개나 되는 그가 세입자의 고장난 냉장고를 고쳐주는 모습을 말이다. 우리나라 부동산 부자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일 것이다. 게다가 젊은 세입자와 좋은 친구로 지내다니!
그의 미출시된 BMW 차 또한 매우 부러웠지만 항상 여유로운 미소를 더 닮고 싶은 사람이었다.
대학교 2학년 때, 이런저런 프로젝트로 대기업 담당자와 이메일을 주고받을 일이 있었다. 대기업 담당자들은 한 지방 대학생의 이메일을 별로 중요하지 않게 생각해, 꽤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대기업 CEO급의 인사들을 아무런 거리낌 없이 만나 캐주얼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것은 뉴욕의 또다른 매력이다. 이번엔 길 모퉁이를 돌며 누구를 만날 수 있을까? 매일매일이 기대되는 날들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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