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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재의 여담女談] 晩秋에 배우는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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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지인들과 '만추'여행을 떠났다. 지는 가을을 보며 어떤 이는 이 아름다움을 글로 표현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냐고 했고 어떤 이는 그림이라도 그릴 줄 알면 행복하겠다고 했다. 남다른 재주가 있는 그들이었지만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은 의외로 컸다.

나이 60을 훌쩍 넘긴 동행들은 모든 걸 다 가질 수는 없는 게 인생인 것 같다고 했다. 살아 보니 한 가지가 채워지면 늘 한 가지가 허전하더라는 것이었다. 모자라는 것에 아쉬움을 두면 세상은 불만 투성이고 , 채워진 것에 고마워하면 그게 행복 아니겠느냐고 했다. 이해인 수녀의 시처럼 1%만 행복쪽으로 마음의 무게를 두면 그곳이 바로 행복 자리라는 결론을 내리고 각자 늦가을 속으로 빠져들었다.

반복되는 일상이 지루하고 답답하다면 가을 빛이 깊어가는 지금, '심심함'조차 얼마나 큰 축복인가를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파란 하늘을 올려다보는 일, 떨어지는 잎새의 바람을 느끼는 일, 차를 타고 떠나는 일, 친구를 만나 수다 떠는 일조차 때로는 따분하고 지루할 때가 있다. 하지만 이런 사소한 것들이 어떤 사람에게는 지독한 마지막 소원이 될 수 있음을 생각한다면 일상을 보는 우리의 눈이 달라질 수도 있겠다.

헬렌 켈러는 '사흘 동안 볼 수 있다면'이라는 글에서 눈을 뜨고 딱 3일만 세상을 볼 기회가 주어지면 그녀는 다음과 같은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첫날에는 내게 삶의 보람을 느끼게 해 준 친절하고 따뜻한 사람들을 만나보고 오후에는 들과 산으로 가서 예쁜 꽃과 풀들을 볼 것이다. 저녁이 되면 석양에 빛나는 황홀한 노을 앞에서 감사의 기도를 드리고 싶다고 했다. 둘째 날에는 동트기 전에 일어나서 잠든 대지를 깨우는 태양의 장엄한 광경을 경건하게 바라보고 싶어했다. 마지막 날에는 아침 일찍 부지런히 출근하는 사람들의 활기찬 표정을 보고 밤에는 도시 한복판에 나와 네온사인이 반짝이는 거리와 쇼윈도에 진열된 멋진 상품들을 보고 싶다고 썼다.

일상의 사소한 일들이 얼마나 귀하고 감사할 일인가를 일깨우는 글이다. 우리는 지금 이 순간에도 사랑하는 사람과 아름다운 자연과 소소한 일상의 소중함을 잊은 채 헛된 것에 또 목을 매고 있는지 모르겠다. 계절은 그것이 얼마나 어리석은가를 말해 주고 있다.

만추의 길 위에서 겸손과 감사를 배운다.

sjki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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