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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둡고 힘든 불황…'부드러운 원색' 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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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소비심리 회복조짐을 보이면서 화려한 색상의 의류와 잡화의 매출이 늘어나고 있다. 동아백화점 제공
최근 소비심리 회복조짐을 보이면서 화려한 색상의 의류와 잡화의 매출이 늘어나고 있다. 동아백화점 제공

'빨간 립스틱이 많이 팔리면 불황이다? 그럼 경기가 회복될 때는 어떤 색깔이 잘 팔릴까?'

시중에서는 각종 경기 관련 속설들이 회자되고 있다. 가령 경기가 나쁘면 여성들이 빨간 립스틱을 선호한다는 속설이 있다. 불황 때 여성들은 화장품 구매를 줄이고 대신 립스틱 하나로 대체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이때 빨간색 립스틱 하나만으로 화사한 얼굴을 연출할 수 있어서 많이 구입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한동안 빨간색 립스틱과 검정 및 회색 계열의 의류 매출이 늘면서 경기불황의 바로미터로 여겨지던 속설들이 입증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각종 지표를 통해 경기 회복의 징후를 보이면서 대구·동아백화점 등에서는 오렌지, 핑크, 엘로우, 블루, 그린, 레드 등 부드러운 톤의 상품들의 판매량이 지난해 이맘때보다 20~30%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핑크색 립스틱이 많이 팔렸다

불경기에 불티나는 빨강 립스틱의 매출이 줄어든 대신 핑크, 오렌지 등 연한색 립스틱의 매출이 늘어났다.

동아백화점 화장품 코너에는 핑크, 라일락 색상의 립스틱과 바이올렛(청자색) 아이새도, 핑크 색상의 립 메이크 상품, 연한 자주빛 또는 바이올렛 색상의 상품이 지난해 이맘때보다 30% 정도의 신장률을 보이고 있다.

대구백화점도 11월 립스틱 판매를 분석한 결과 가장 잘 팔린 색상은 핑크로 전체 립스틱 판매량의 30~40%를 차지했다. 특히 핑크 립스틱의 경우 브랜드별로 지난해 대비 30~40% 정도 판매가 증가했다. 1년 전 빨강, 검정 계통의 강렬한 색상이 인기를 끌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올봄부터 세계적 경기불황의 영향으로 아름답고 더 나은 세상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핑크색 립스틱으로 표현하고 반짝거림으로 포인트를 주는 메이크업이 유행하고 있는 것이다.

◆아웃도어 색상도 화려해져

최근 아웃도어 트렌드는 기존 아웃도어의 기본 색상인 검정, 파란색보다는 빨강, 노랑, 초록, 주황, 와인색 등 화려하고 눈에 띄는 색깔이 인기 있고, 일상생활에서도 입을 수 있는 가볍고 모던한 스타일이 출시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대구백화점 아웃도어 매장에서는 지난해 봄 시즌 강세를 보인 노랑 및 오렌지 계열을 비롯해 올해에는 빨강, 녹색, 보라색 등 원색계통의 매출이 지난해 이맘때보다 20% 이상 늘었다.

동어백화점 아웃도어·스포츠 매장에서도 레드, 핑크, 그린 계열의 옷들이 25% 이상 매출이 늘어났다. 또한 점퍼, 티셔츠, 바지 등도 파스텔과 브라이트 컬러 파워가 두드러진 경향을 보이고 있다.

대백프라자점 구인태 남성팀장은 "올해는 유난히 화려한 색상의 상품들이 많이 선보이고 있다. 최근 경기상황과 맞물려 화려함을 통해 어둡고 무거운 마음을 벗어나고자 하는 심리가 깔린 것 같다. 내년 경기가 회복된다는 믿음으로 원색 계열 제품들의 판매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여성 의류와 잡화들도 더 컬러풀하게

동아백화점 란제리코너에는 핑크색의 내의와 부드러운 브라운 컬러의 내의가 지난해 이맘때보다 매출이 15% 늘었다.

여성 의류매장에서도 옐로 계열의 알파카소재 코트, 베이지색상에 원형도트무늬가 발랄한 느낌을 주는 캐시미어코트 등의 매출이 25% 정도 늘었다. 모피도 부드러운 포도색상의 밍크조끼와 노랑색 계열 짧은 모피재킷, 보랏빛의 보석장식이 화려한 밍크재킷, 바이올렛 색상의 초경량 소재의 밍크재킷 등이 고객들로부터 반응이 좋다.

핸드백과 지갑의 경우 퍼플 또는 네이비 색상이 인기를 끌고 있다.

남성의류에서도 붉은 원색계열 또는 보라색계열의 점퍼, 밝은 핑크 계열의 드레스셔츠의 판매가 15∼25% 정도 늘었다. 넥타이도 올 하반기부터 밝고 짙은 분홍색 계통의 넥타이를 구입하는 사람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

동아쇼핑점 이은오 차장은 "올해 남성과 여성의류뿐만 아니라 넥타이, 셔츠, 모피, 핸드백, 화장품, 전자제품, 생활용품류, 식품 등 많은 품목에서 생동감과 활력을 느낄 수 있는 부드러운 톤의 상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영남대 섬유패션학부 김정숙 교수는 "예전에는 색채에 대한 대중적 경험이 많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들어 스포츠 레저 등의 분야에서 즐겁고 활기가 넘치는 기분을 표현하려는 욕구를 충족시켜 주기 위해 화려한 색상의 옷을 즐겨 입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김진만기자 fact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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