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과 1910년, 100년이란 시차를 두고 대한민국이란 나라를 살펴본다면 상전벽해(桑田碧海)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그 위상이 달라졌다. 1910년 조선이란 나라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그로부터 100년이 흐른 지금 대한민국은 세계 10대 강국으로 올라섰다. 어느 소설'영화보다 더 드라마틱한 100년의 역사를 이룩한 나라가 대한민국인 것이다.
조선이 망한 것은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세계사의 큰 흐름에 동참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일본은 에도막부(幕府)를 종식한 메이지유신을 통해 서양의 문물을 받아들이면서 근대국가로 달려갔다. 그와 달리 조선은 문을 걸어 잠근 쇄국정책에 이어 자주국가 건립 시도마저 실패해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하는 비운을 맞았다. 변화에 어떻게 대처했느냐에 따라 두 나라의 운명이 갈라진 것이다. 지도층이 사분오열(四分五裂)되어 국력을 하나로 결집하지 못한 것도 경술국치의 한 원인이었다.
일제의 탄압'수탈에 이어 동족상잔의 전쟁까지 치른 대한민국이 도약의 계기를 찾은 것은 세계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그 흐름에 동참한 덕분이다. 서독을 찾은 대통령은 아우토반을 눈여겨보고 경부고속도로를 만들었고 월남전 참전 등을 통해 경제 성장을 위한 시드머니(Seed Money)를 확보했다. 중동의 건설 붐에 가세해 그 열매를 따낸 것도 대한민국 성장의 한 발판이 됐다. 세계사의 도도한 흐름을 놓치지 않고 후발 주자로서 얻을 수 있는 이득을 취하는 자세와 노력이 선진국 진입의 토대가 된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대한민국 국민은 '하면 된다'는 정신으로 하나로 똘똘 뭉쳐 어려움을 헤쳐나갔다.
이 시점에 대한민국에 가장 필요한 것은 지나온 100년의 역사를 반추(反芻)하는 것과 함께 앞으로 100년 후인 2110년을 향한 좌표를 제대로 설정하는 일이다. 지금의 위치보다 더 나은 나라가 되려면 변화에 잘 대처하는 것은 물론 변화를 주도하는 이니셔티브를 확실하게 틀어쥐어야 한다. 허겁지겁 변화를 따라가야 하는 종속 변수가 아닌 변화를 주도하는 위치에 서야만 명실상부한 강국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것이다. 지나온 100년보다 더 찬란한 100년의 역사를 후세들에게 물려주려면 이 시대를 사는 우리 세대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한번쯤 고민해 보는 새해 벽두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대현 논설위원 s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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