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물의 도시 대구 프로젝트]푸른 빛의 마법사 셀레늄

비타민보다 항산화 효과 2천배 대구 지하수엔 셀레늄도 듬뿍

원자번호 34인 셀레늄(Se)은 '기적의 원소, 푸른 빛의 마법사'라고 불린다. 그러나 인류가 셀레늄에 주목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1978년 세계보건기구(WHO)가 셀레늄을 필수 영양소로 규정하고, 50~200㎍을 1일 권장량으로 제시했다.

셀레늄은 항산화제로 알려진 비타민E보다 2천배의 효과가 있다고 한다. 토양 속에 셀레늄의 함량이 현저히 부족한 중국 케산지방 주민들은 근육의 성장이 더디고 면역력이 부족했다. 여자와 어린이들이 대거 사망했다. 그 병이 '케산병'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화강암이 70%인 우리나라도 셀레늄 결핍 지역이다. 우리가 즐겨 먹는 채소에 셀레늄이 조금 들어 있다. 미국 국립 암연구소의 신디 D. 데이비스 교수는 "한국인들의 셀레늄 섭취량이 정확한 수치로 나와있지 않지만 무 양파 배추 등은 셀레늄 함량이 높고, 특히 김치는 다양한 성분이 함유된 만큼 연구 대상으로 가치가 있다"고 했다. 같은 기관의 김성진 박사는 "육류를 파, 마늘과 함께 먹는 한국인의 식습관은 암 예방에 탁월한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이나 아직 연구되지 않아 이를 증명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셀레늄은 암과 에이즈 예방, 노화 방지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셀레늄이 많이 들어 있는 곡물과 채소를 먹는 여성들의 유방암 발병률이 평균보다 20% 낮고, 매일 200㎍을 꾸준히 섭취하면 유방암으로 인한 사망률을 제로에 가깝게 줄일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이러한 셀레늄도 과다 섭취하면 부작용이 있다. 머리가 벗겨지고, 손톱과 이가 빠지고, 피로감이 생기는 증상이 과다 섭취 부작용이라고 전문 의사들이 경고한다. 모자라도 탈, 넘쳐도 탈인 '마법사'인 셈이다.

한국인은 좋은 식습관에도 불구하고 셀레늄을 많이 섭취해야 한다고 학자들은 주장한다. 토양 속에 셀레늄이 적어 채소의 80%가 셀레늄을 극미량(0.05ppm 이하) 함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먹는물관리법은 그러나 셀레늄을 건강에 나쁜 무기물질로 보고 0.01mg/l 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개정이 필요하다.

동네우물되살리기 팀은 일부 지역의 대구 지하수에 셀레늄이 함유돼 있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셀레늄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고, 대구 지하수 정밀조사에서 셀레늄 함유량이 밝혀진다면 학자들이 깜짝 놀랄지도 모른다.

최재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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